"이젠 대망의 1,000고지다"

힘 얻는 대세상승기류, 예년과 유사한 탄력장세로 기대감 확산

대세상승이란 용어가 점차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기 랠리를 지켜보면서 섣불리 대세상승을 운운했던 분석가들이 별로 없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대세상승장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면서 최근의 주가 상승세를 지난해 1월 및 4월의 랠리와 비교하는 분석가들 또한 사라졌다.

이제 비교ㆍ분석의 대상은 1998년 말에서 시작돼 2000년 초까지 그리고 더 멀리는 92년 말부터 94년 말까지 지속됐던 진짜 대세상승장이다.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 출현했던 대세상승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라는 상징으로 요약된다.

최근의 증시에서도 결국 이 1,000포인트를 넘을 수 있느냐가 관심의 초첨이다.

지난 해 9월 911 테러사태 직후 바닥을 확인한 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현재 727선에 다다랐다. 2000년 1월 마지막 1,000포인트를 확인하고 고꾸라지기 시작한 지수가 이후 500선 내외까지 밀린 뒤 750선을 밟은 상태. 정확히 절반을 올라온 셈이다.

이렇듯 아직까지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한 이번 상승장세의 미래를 과거 대세상승장을 통해서 비춰보자.‘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명제는 증시에서도 유효할 뿐 아니라, ‘두 번, 세 번 이상도 되풀이되는’것이 또한 증시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세, 기술적 지표도 희망적

대세상승 초입국면의 공통점은 단기 급등이다. 지난해 9월 말 472선을 바닥으로 삼은 이번 랠리는 현재 54% 가량 상승한 상태. 98년의 대세상승 초입국면으로 보는 98년 9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약 38%로 이번 랠리와 시기 및 상승 정도가 유사하다.

이보다 앞서 92년 8월 459선에서 시작된 대세상승장도 10월 말까지 두달 만에 32%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605포인트에 올라섰고 이후 94년 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져 지수는 1,145 포인트까지 급등한 바 있다.

98년에는 300대에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가 3개월 보름 만에 650대로 급상승했고 2000년 1월 1,050선을 찍었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뒤 단기간에 30% 이상 급등했다는 것이 90년 대 이후 두번의 대세상승장이라는 점이 증시 주변을 들뜨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과 4월 랠리의 상승률이 각각 26%, 28%에 그쳤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랠리에 거는 대세상승 기대감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도 공통적이다. 매수 강도는 이번이 훨씬 센 것으로 평가되지만, 교보증권은 “98년 당시 시장규모가 현재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가총액에 대한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비중 추이는 98년 당시와 현 국면이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고객예탁금도 같다. 증가율로는 98년 당시가 월등하지만 시가총액에 대한 고객예탁금의 비중은 현재 3% 수준으로 98년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대세상승장 진입시 증시주변의 상황은 어땠을까. 92년과 98년 시작된 대세상승장은 국내총샌산(GDP) 성장률이 하락세에서 증가세로 반전한 뒤부터 시작됐다. 91년 2ㆍ4분기를 기점으로 하락했던 성장률은 92년 4ㆍ4분기의 3.7%를 기점으로 돌아섰다.

또 외환위기가 닥쳤던 98년의 경우 계속 떨어지던 성장률은 3ㆍ4분기의 마이너스 8.5%에서 바닥을 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ㆍ4분기의 성장률을 3.0%로 추정하고 있어 GDP 성장률은 지난해 3ㆍ4분기의 1.8%가 바닥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술적 지표도 희망적이다. ‘월봉챠트(한 달의 주가변동을 한 개의 막대로 나타낸 그래프)’에서 대세상승장의 초기 신호로 인식되는 것이 ‘적삼병’이다. 시초가보다 종가가 높을 경우를 나타내는 막대가 빨간색의 양봉이다.

즉 월봉챠트에서의 양봉이란 월 초의주가보다 월말의 주가가 높다는 뜻이며 이 양봉이 세 개 연속 나타나는 것이 바로 적삼병이다. 92년 10, 11, 12월 및 98년 10,11, 12월 연속해 양봉이 나타나는 적삼병이 출현했고 이는 대세상승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도 월봉 상의 붉은 막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편 과거 두 번의 대세상승장은 공통적으로 적삼병 이후 2개월간 조정을 거친 후 재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도 흥미롭다. 현재 랠리가 잠시 조정을 거친다 해도 대세상승장 기대감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부족으로 비관론도

대세상승장 진입 여부는 실물 경기를 떼어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지난해 1, 4월 랠리 당시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실망감으로 급속히 전이되며 결국 반짝 상승에 그쳤다.

현 증시를 쉽게 대세상승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98년의 경우 기대감에 의한 급등장세가 경기회복 가시화에 따른 실적장세로 곧 옮겨졌지만 아직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심어져 있기 않기 때문이다.

98~99년에는 선행한 주가를 성장률이 떠받쳤다. 불과 세 분기 만에 경제성장률은 18% 이상을 기록했다. 지금은 예상치이기는 하지만 3~4%선에 머물고 있다. 98년 당시에는 금리와 주가가 동행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98년 말은 재고가 완전히 바닥나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었고 그 결과 미국을 주축으로 정보기술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증시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며 “지금은 과잉투자로 인한 재고가 워낙 많아 고용이나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매출액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급등세가 대세상승으로 연결되려면 경기회복 사인이 나타나야 한다는 결론이다.

선발주와 주도주에서도 차이가난다. 98년에는 증권주를 선두로 금융주가 상승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 국면을 주도한 것은 처음부터 삼성전자. SK텔레콤을 비롯한 핵심 블루칩들이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상승장의 성격을 테러 직후의 주가 상승 때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일부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 게임’으로 보고 있다. 상승장을 따라잡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가 우량주(옐로칩)와 금융주로 승부를 걸고, 개인투자자들도 금융주나 우선주로 그동안 떨어진 수익률을 만회하려고 시도하면서 급격히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 같은 시장주도주보다 옐로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대세상승에 접어들기 위해선 주도주들의 주가가 한 단계 더 올라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못 올랐던 종목을 사서 뒤쳐진 수익률을 만회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진성훈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2/01/16 18:06


진성훈 경제부 bluej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