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실패의 교훈

새 천년이 들어서고도 이제 벌써 두 해가 지났다. 2000년 1월1일 자정, 새 천년을 맞으면서 전 세계는 흥분에 들떠 있었다.

워싱턴 기념탑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대형 조명판이 1999에서 2000으로 바뀌면서 새 천년을 경축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상류층 인사들의 파티가 백악관을 비롯해서 호텔마다, 클럽마다 열리고 있었고, 거리에서는 즉석 음식을 사먹으면서 가두 공연을 즐기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이 처럼 새 천년은 경제적 번영에 대한 희망과 개인의 자유 신장에 대한 흥분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객관적 사실이 이러한 희망을 뒷받침 해주었다. 주식 시장은 연일 상승행진을 지속하여 천정부지로 올랐고, 세계 질서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정점으로 일견 안정되어있는 듯 했다.

주식시장에 투자하거나 스톡옵션으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운 많은 중산층들은 컴퓨터 스크린 상에만 나타나는 자신들의 부에 흐뭇해하면서 노후 설계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2년이 채 안되어 모든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주식 시장은 곤두박질하여 주가지수가 절반이상으로 떨어졌는가 하면, 전혀 알지도 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적으로부터 미국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성 건물이 공격당하여 수천 명의 인명이 희생됐다.

어딘지도 모르는데서 날아온 우편물을 통하여 전염된 세균으로 몇몇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직장을 잃지 않고 가족들을 보살필 수 있는 수입을 마련하는가와 오늘 하루도 어디서 올지 모르는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지에 관심의 초점을 두며 살아가고 있다.

새 천년을 맞을 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경제의 핵심 원동력이라고하는 불렸던 많은 닷컴 기업들은 이제 일반 대중들의 머리 속에서는 간직하기 싫은 기억으로 잊혀져 가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해서 이제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가 하면, 남아있는 기업들도 이제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또 그것이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는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명한 사람들이 가는 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주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닷컴 기업들에 대한 심층 취재 기사를 연재했다.

워싱턴 지역에서 신흥 하이테크 기업으로 알려진 것은 AOL과 UUNET 정도이다. AOL은 얼마전 Time Warner와 합병하여 세계최대의 미디어 재벌이 되었다. UUNET은 감히 인터넷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인데 MCI에 합병되었다가 이제는 Worldcom으로 다시 합병되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기업의 족적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었던 기업이 바로 Microstrategy 라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회사내의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 유익한 정보를 찾아내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사업의 성공과 함께 때마침 일어난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열풍을 업고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갑작스런 성장 뒤에는 언제나 허수가 따르는 모양이다. 회사의 급속한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가의 상승, 이러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익창출에 대한 압박과 대형 고객을 잃지 않으려는 회계 법인의 부적절한 회계 감사.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부실회계를 낳고 결국 회사가 주주들과 시장을 기만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 미국이라는 사회가 이 회사의 경영자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보아야 한다. 부도덕한 기업가라는 오명과 함께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증권 감독 위원회에서 조정 절차를 거쳐 아직도 그 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 경영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반성어린 회고를 하고 있다. “내가 너무 열정만을 앞세우면서 이상 속에서만 살았던 것 같다. 그것이 내 잘못이었다.”

기업가의 실패는 장수가 싸움에서 지는 것 만큼이나 예상할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실패하면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되어 버리고, 심지어는 법정에 서야하기도 하는 우리 현실을 볼 때, 이제는 우리도 그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줄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IHTE 변호사

입력시간 2002/01/17 11:2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