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경제서평] 중국은 왜 '종이 호랑이'일 수 밖에 없는가?

■중국의 몰락
(고든 창지음/형선호 옮김/뜨인돌 펴냄)

지난해 11월11일, 카타르의 수도 도하. 세계무역기구(WTO)는 14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중국의 가입을 승인했다. 가입 신청한지 15년 만이다.

그 이전인 지난해 7월에는 베이징이 파리 오사카 등을 제치고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10월 초에는 축구가 사상 최초로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지난 1년 간 중국이 보여준 화려한 모습 들이다.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미국 테러사태와 뒤이은 보복 전쟁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세계 경제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의 WTO 가입이 그것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ㆍ개방 정책이 마침내 한 매듭을 지은 것이다. ‘중국식 사회주의’가 공식적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중국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만큼 극에서 극을 오가는 것도 드물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그반대로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면 전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후자입장도 심심치 않게 발표되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중국이 곧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WTO 가입 후 5년 안에 해체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알고보면 썩을 대로 썩고, 곪을 대로 곪은 ‘늙고 약한’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시간이 없다’라는 서문에서부터 시작해 ‘국가의 해체’라는 후기로 끝맺는 이 책은 시종일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무너질 때 베이징의 중심이자 중국의 심장인 톈안먼(天安門)에 있는 마오(毛澤東)의 시신은 옮겨질 것이라는 본문 첫 서술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열거하는 중국 필망(必亡)의 근거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낡은 공장과 장비들의 엄청난 집합’인 국영기업을 보자. 국영기업은 중국사회주의의 자랑이자 도시 근로자의 41%를 고용하고 있다. 국내 대출의 70%가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의 온갖 문제들은 그 중심에 경제가 있으며, 모든 경제적 문제들의 중심에는 국영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또 국영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최고 70% 정도까지 예상되는 막대한 악성부채를 안고 있는 은행도 큰 골치거리다. 아무도 은행의 부실채권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통계를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복종’의 상징인 파륜궁등 종교 문제와 티벳과 위구르 등을 비롯한 분리주의자 문제도 중국을 몰락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인종과 종교가 뒤섞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이와 함께 인터넷에 대한 통제, 발전을 가로막는 이념과 정치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WTO 가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각종 통제와 억압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회피해 온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이제 WTO 가입으로 행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그 결과 프랑스 영국 독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더 이상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대만과의 전쟁, 만연된 부정부패가 멸망을 재촉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저자는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로, 20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한편 세계 여러 신문에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의 거주 생활에서 본 것과 느낀 점, 중국 거주 외국인들의 경험담, 중국인들과의 대화, 몇몇 중국인 지도자의 어록 등을 잘 짜맞춰 읽기쉽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자의 비판은 사회과학적인 분석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인상비평적이고, 직관적이다.

가령 “외국 열강들이 중국을 위협했던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수모는 아직도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의 가슴에 맺혀 있고, 그들의 21세기 인식을 왜곡시키고 있다. … WTO 가입으로 중국은 마침내 지구적인 교역세계에 진입하게 됐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분노와 비통함의 포로가 되어 미래의 도전에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판단이 도처에서 눈에 띤다.

또 저자가 지적한 사항들은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중국을 말할 때마다 거론되고 있는 것들이다. 중국 혈통이지만 아웃사이더로서의 한계일까? 책을 덮으니 한국에 오래 거주한 한 일본인이 써 관심을 모았던 ‘맞아죽기를 각오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 문득 떠오른다. 저자도‘맞아죽기를 각오하고’ 이 책을 썼단다.

이상호

입력시간 2002/01/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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