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의 한의학산책] 녹차와 건강②

차의 성분과 효능은 찻잎을 따는 시기와 재배법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카페인, 타닌산, 단백질,아미노산, 당, 덱스트린,녹말, 셀룰로오스, 엽록소, 카로티로이드, 플라보노이드, 정유(精油), 유기산, 비타민,무기성분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들 성분 가운데 차의 품질과 맛에 관계가 깊은 것은 카페인, 타닌산, 아미노산, 정유 등입니다.

카페인은 녹차에 평균 2-4% 함유되어 있는데 신경을 흥분시키고 혈액 순환을 도우며 피로회복에 효능이 있습니다. 약간 쓴 맛이 있어 차를 마셨을 때 상쾌함을 줍니다.

카페인은 성인의 경우 200-300mg 정도 흡수하면 신체에 해가 없습니다. 게다가 차의 카페인은 소화 중에 카테긴류와 복합물을 형성하기 때문에 커피처럼 신속하게 흡수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500mg 이상의 카페인을 흡수하면 구토, 현기증, 귀울림,오심, 경련, 부정맥, 동계(動悸)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부작용은 일과성으로 보통 반나절 정도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정도의 카페인을 섭취하려면 차로 10잔 이상, 커피로는 5-6잔을 마셔야 합니다. 여기서의 차 1잔은 우리기 전의 녹차 20g-25g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임산부는 물론이고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다같이 녹차를 마실 수가 있습니다. 카페인 성분은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녹기 쉬운 성질이 있습니다. 고온의 뜨거운 물에 차를 넣으면 맛있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은 경험했을 줄 압니다. 그 이유는 카페인의 쓴 맛과 카데긴의 떫은 맛 때문이랍니다.

타닌산은 차의 쓴 맛과 떫은 맛의 원인이 되는 물질입니다. 함유량은 찻잎을 따는 시기, 싹과 잎의 어린 정도, 품종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녹차에는 평균 12% 정도 함유되어 있으나 잎이 여릴수록 감소하고 잎이 경화(硬化)하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녹차의 향기는 정유 성분 때문인데 볶아서 달인 차는 불에 익히는 과정에서 알코올류가 줄고 피라진류, 피롤류, 푸란류가 늘어 향기롭게 됩니다.

녹차의 윤기에 중요한 것은 엽록소로서 평균 0.6%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미네랄류, 칼륨, 망간, 불소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기원전 2700년 쯤 고대 중국의 염제신농씨(炎帝神農氏)는 차잎에 해독 작용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이래 사람들은 차를 마셔왔고 지금도 마시고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차가 우리 삶에 이로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물 대신에 대접을 받는 쟈스민차는 향기가 참 좋습니다. 그런데 그 차는 쟈스민 꽃만으로 만드는 차가 아니라고 합니다. 화차(花茶)라고 해서 녹차에 꽃향기를 더해서 만든 차의 일종입니다.

말차(末茶)는 가루차로 차잎 전체를 곱게 갈아서 만듭니다. 그냥 물에 잘 섞어서 마시면 되기 때문에 마시기가 아주 편하지요, 제과제빵에도 쓰이고 요즘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가면 녹차아이스크림이 눈에 뜁니다. 이것은 말차를 섞은 거라고 합니다. 떡이나 국수에도 넣을 수가 있고요.

녹차잎을 이용하여 구취 제거도 할 수가 있습니다. 녹차는 입냄새 제거 효과가 뛰어납니다. 일본학생들 경우 그들은 찻물을 병에 담아가 점심 식사 후 양치질대신 입안을 헹군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갈증을 해소하는데 녹차가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해 여름의 일입니다. 땀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으려고 식탁 앞에 앉으려니 목만 마를 뿐 밥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냉장고에 차게 식힌 찻물이 담긴 물병이있었습니다. 밥을 찻물에 말아 먹었는데 차의 향기와 밥의 향기와 어우러져 기분이 무척 좋으면서 갈증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중에야 일본인들이 찻물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뒤로 저는 밥맛이 없거나 나른하고 갈증이 날 때 녹찻물에 쌀밥을 말아 먹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차를 마실 때는 객이 많으면 수선스럽고, 수선스러우면 그윽한 정취가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홀로 마시면 싱그럽고 둘이 마시면 한적하며, 서넛이 마시면 재미있고 대여섯이 마시면 덤덤하며 칠팔 인이 마시면 나눠먹기와 같다고 합니다.

옛 님의 한가한 정취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따를 수있겠습니까. 우리 집은 유리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부어 녹차를 우려낸 뒤 보리차처럼 상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 사람이 녹차 운운하며 글을 쓰려니 낯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차를 즐기기도 합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01/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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