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92)] 도시교통의 신 해법 ‘울트라’

현대인에게 자동차가 없다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현대인의 도시생활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도보나 말, 자전거를 어찌 자동차에 비교할까.

그만큼 자동차는 현대인의 위치이동에 혁명을 가져온 도구다. 자동차가 있기에 어디든 언제나 원하는 곳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교통체증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입장이 다를 것이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문제가 되듯, 자동차의 수가 늘어나면서 운행속도는 점점 줄어들었고 때로는 기어가는 수준이다. 다른 나라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런던의 경우 출퇴근시간에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17킬로미터, 더구나 90%의 자동차가 혼자 타고 다닌다. 자동차 사고율은 높아지고, 도시의 공기는 탁해지며, 소음공해로 두통이 끊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과다한 자동차의 이용에서 오는 증상이다.

더구나 미성년자나 노인, 장애인에게는 자동차가 그렇게 효과적이지도 않다. 더욱 괴로운 것은 이러한 비효율성이나 환경오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희망을 주는 21세기, 과연 교통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효율적이면서 안전하며 환경 친화적이고, 또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과 필요에 적절한 교통시스템은 없을까? 다행히, 영국의 웨일즈에 있는 브리스톨 대학의 부설기관인 ATG(Advanced Transport Group)가 새로운 교통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 혁명은 웨일즈의 수도인 카디프를 대상으로 계획되고 있다. 카디프에는 노래만큼이나 차가 많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심에 자동차가 많고, 특히 도시 거주민의 97%가 시내 이동에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어 심각한 교통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카디프에 안겨줄 새로운 혁명은 바로 "운전자가 없는 택시" 시스템인 울트라(ULTRA: Urban Light Transport)시스템이다.

이 울트라는 스마트카드를 이용해서 고정된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첨단의 개인용 택시시스템이다. 이용자가 역에서 이 택시를 타고 스마트카드를 삽입하면 프로그램이 작동해서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각 자동차는 중앙통제시스템에서 관리되며, 전자식으로 작동된다. 이 계획의 핵심은 교통수단은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하며 개인의 여행필요성에 가장 알맞은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는 고속도로에서는 80-100킬로미터까지 일반도로에서는40- 5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고, 4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레일의 길이는 우선 25킬로미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울트라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150킬로미터이지만 실제로는 30킬로미터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울트라가 현재의 대중교통수단과 다른 점은 자동차가 레일로 움직인다는 점과, 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대기시간은 1분 이내), 전기식으로 움직여 에너지의 소비가 적고 배출가스가 없다는 것, 24시간 활용가능하고,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도 활용할 수 있으며, 철저한 안전장치, 그리고 최초 설계자인 오브 아루프에 따르면, 레일 등 기본 건설비도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6분의 1수준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도 지금의 절반으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GT는 이 시스템을 현재 시험가동중이며, 2004년에 실용화 할 계획이다.

카디프 의회는 초기에는 30대의 울트라 자동차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120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점차 확대시행하면 버스나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트라 시스템의 적용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더욱 절실한 시스템이 아닐까? 공해도 줄이니 금상첨화다. 서울은 어렵겠지만, 중소도시에서는 얼마든지 시도해 볼만한 값지고 탐나는 시스템이다. 용기 있는 도시 카디프에 찬사와 부러움을 보낸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1/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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