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온라인 게임 왕국

온라인 게임이 날개를 달았다. 사이버 공간의 놀이 정도로 치부되던 온라인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게임을 애들만의 전유물이라거나 시간 때우기 용이라고 이해한다면 원시인 취급받기 십상인 세상이다.

게임협회에 따르면 유무선 네트워크로 즐기는 온라인 게임은 지난해 전체 게임 시장의 30%를 차지했다. 2003년에는 전체 게임 시장의 40% 정도인 약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왕국'이라는 말이 결코 속 빈 강정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인터넷과 맞물려 혜성처럼 떠 오른 온라인 게임의 발상지는 유럽이다. 1980년 영국의 바틀 드롭스가 선보인 텍스트 기반의 '머드(MUD)'게임이 효시이다. 머드 게임은 여러 명의 게이머가 온라인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방식의 게임을 말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롤 플레잉 게임(RPG)'이라 부른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나의 분신이며 이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식이다. 당시 이 같은 게임 방식은 말 그대로 혁명이었다.

인터넷 출현 이전까지 게임이라 해 봤자 TV에 연결해 할 수 있었던 '벽돌깨기'나 오락실의 '갤러그'가 전부였다. 이들 게임은 단순한 손동작과 눈 움직임 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가 모여 하나의 집단이나 사회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만든 사이버 공간에는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정치, 문화, 경제 시스템이 존재하며 일정한 규칙을 갖는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이 같은 매력 때문이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네티즌 즉 '게이머'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우리나라가 게임 왕국이라고 까지 불리지만 사실 온라인 게임이 선보인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역사는 94년 PC통신 기반의 '쥬라기 공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 ‘퇴마요새’, ‘단군의 땅’ 등이 잇따라 선보였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은 대략 98년경이다. 98년은 PC방 보급으로 내수 시장이 확대되고 국내에서 제작한 게임이 해외에 진출한 원년이다.

특히 그 해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뛰어난 그래픽 기술을 자랑하며 2년 만에 회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는 단일 품목으로 지난 해 1,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게임 성공 신화의 모티브를 마련했다. 리니지의 성공에 힘입어 '레드문', '천년' 등 다양한 온라인게임이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이 단기간에 확산된 데는 초고속인터넷과 PC방 등 통신 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 10개 가구 중 6개 가구가 초고속인터넷 망을 이용하며 전국적으로 약 1만5,000여개로 추산되는 PC방을 통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커뮤니티 회원 끼리의 결속력이 강한 인터넷 문화도 한 몫했다. 온라인게임은 수 많은 사람이 동시해 접속해서 즐기는 게임이어서 게이머 끼리의 의사 교환이 제일 중요하다. 온라인게임은 그 동안 2차원 위주에서 점차 3차원 그래픽으로 진화 중이다.

캐릭터의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게이머의 시점도 1인칭과 3인칭으로 구분하는 등 현실과 가까운 영상 기술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스토리구성 등 게임 기획력도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뺨치고 있다.

흔히 영화를 문화 산업의 총아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게임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와 첨단 인터넷 기술과 만나면서 영화에 버금 가는 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자(<기자 mailto:

입력시간 2002/01/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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