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이 보물되는 세상] "전쟁기념관에서도 볼 수 없는 자료들이죠"

인터뷰/ 군장 전문 수집가 문승묵씨

문화 예술품 경매 전문업체인 옥이오의 문승묵 이사는 엄청난 골동품 수집광이다.

문씨는 지난 30년간 시ㆍ소설 등 문학 관련 고서에서 비디오, 음반, 군장(軍裝) 등 몇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수집해 오고 있다. 주위에서는 단지 ‘수집광’이라고 부르지만 문씨에게는 남다른 생각이 있다.

그냥 사라져 버리고 마는 옛 문화 예술품을 보존하고, 이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촌 형님 집에 빼곡이 꽂혀 있는 시집을 보고 너무 멋지고 부러워 보였습니다. 그 때부터 용돈이 생기면 청계천이나 황학동을 찾아가 닥치는 대로 시집을 사 모았습니다. 그게 수집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3만원의 용돈 중 1만원을 털어 유치환의 ‘청마시초’(1939년 발행)를 손에 넣었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군대에 입대 해서도 몇 달 동안 ‘내가 살 책을 남이 사면 어쩔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뤘습니다.”

문씨가 본격적으로 골동품업계에 뛰어들게 된 것은 채 5년이 안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 금강고려화학에서 13년간 다니던 문씨는 1996년말 구조조정 여파로 명예 퇴직을 당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문씨는 그간 취미로 해온 골동품 수집 사업을 직접 해보기로 결심하고 종로구 숭인동에 ‘둥지 갤러리’라는 골동품 전시장을 열었다. 그것이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 됐다.

이후 문씨의 수집 욕구는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시집이 있다면 어디든 갔고, 가격에 관계없이 어떻게 해서든 구입했다.

최근 5년 전부터 시작한 군장(軍裝) 수집도 놀랄 수준이다. 현재 문씨의 둥지 갤러리에는 군복, 훈장, 일본총, 군지휘봉, 탄피 박스, 군화, 헬밋, 계급장, 부대 마크, 수통, 건빵봉지, 군인 식판, 세숫대야, 병사 추억록에 이르기까지 수 만점의 군 관련 물품이 보관돼 있다.

그 중에는 1952년 군 장병들의 사상 무장을 위해 국방부가 발간한 ‘정훈교정(政訓敎程)’, ‘북진 북진 압록강까지’ 라는 표어가 새겨진 색 바랜 1950년대 군사엽서, 1950년대말 육군 7사단 마크 등 정부가 운영하는 전쟁기념관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자료들이 상당수 있었다.

이 밖에 문씨는 1960~70년대 국산 영화 비디오 1만여점, 그리고 당시의 대중가요 노래책과 음반도 수천 점을수집해 놓고 있다.

문씨는 “국내에는 우리 고유 문화 유산에 대한 도록이나 연감 같은 자료 정리가 안돼 있어 안타깝다”며 “사재를 털어서라도 이런 문화 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0:3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