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과 건강] "고기 안먹어도 문제없던데요"

여고생 임낭영 양의 채식 선언 1년, 건강·호나경보호 '일석이조'

2000년 12월 공부 잘 하고 말썽 없던 임낭연(19ㆍ한영외국어고)양의 선언은 식구를 긴장시켰다. 더욱이 고3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앞으로 채식만을 하겠다는 것.

먼저 아버지가 “한창때니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강력히 말렸다. 영양 실조에 걸린다는 말뿐 아니었다.“고기를 안 먹으면 사회생활에 불편이 많다”는 현실적 걱정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남동생 태윤(17)까지 “나도 채식 하겠다”고 따라 나서는 판에, 어머니 양희숙(43)씨는 야채 반찬으로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임양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상에서도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간다. 갈비 등 먹음직스런 고기 요리는 젖혀두고 상치 등 채소류만을 먹는다. “저는 이제 100% 채식주의자에요.”

고기를 꽤나 좋아하던 임양이 그렇듯 자타 공인 채식주의자가 된것은 ‘절박해져 가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채식이 해결책’이라는 내용의 인터넷을 보고 난 뒤부터다. “채식은 동물은 물론, 환경까지 보호하는 길이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제 임양은 채식 동호인 웹 사이트에 경험담을 4번 올리는 등 자신의 믿음을 열심히 전파하는 채식론자다. “어렸을때부터 오리, 강아지, 새, 병아리, 열대어, 쥐 등을 애완 동물로 키우면서 동물에게도 살아가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마음 먹은 데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한 달 동안은 고기류를 식탁에서 서서히 치워 가는 과정이었다. 네 발 달린 고기(육류)에서 출발, 두 발 달린 고기(조류)를 거쳐 마지막으로는 물고기까지, 임양이 고기를 완전히 끊는 데 필요했던 시간이다.

아침:밥 1공기(쌀+현미), 우거지 된장국, 나물(숙주, 시금치,콩나물, 버섯). 점심:아침과 비슷. 저녁:밥 반 공기, 생야채(오이, 당근), 익힌 야채(호박무침, 나물, 더덕, 도라지).

결심 한 달 지나, 지금껏 이어 오고 있는 채식단이다. 학교 식당의 배식때는 고기는 가려서 빼내고 먹는다.

학교 배식에 대한 임양의 이 같은 태도는 채식과 학교배식의 마찰을 예증하는 사례다. 실제로 푸른생명 한국 채식 연합과 천리안 채식동호회 등 채식 관련 21개 단체들은 지난해 9월 ‘학교 급식, 왜 채식인가?’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각종 부작용이 의심되는 동물들의 살을 섞어 놓는 방식의 그릇된 음식 조리법을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현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채식의 선택은 인간자유의지로 생명 존엄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학교 급식에서의 채식 병설을 촉구했다.


“고질적인 변비도 말짱해졌어요”

“입시생인데다 여자라 맨처음엔 반대했죠.” 어머니 양희숙(43)씨가 돌이켰다. 연애와 사회 생활 등 곧들이 닥칠 일에서 채식을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가 당장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도 어느덧 심정적 채식주의자가 됐다.

성장기의 청소년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부의 생각에 대해서는 “동물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성장 호르몬 등이 바로 독 아니냐”는 논리로 반박하기도 한다.

생선전도 입에 안 대는 딸이 독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채식 이후 딸의 고질적 변비가 말끔 가신 대목에 이르러서는 채식이 참 신통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 양씨는 “야채를 많이 사는데, 식비는 이전보다 4분의 1이 줄었다”고 말했다.

임양은 이번 입시에서 연세대 인문계에 합격했다. 대학생이 되면 채식을 체계적으로 연구, 심화해 나갈 생각이다. 모피 코트 반대 운동 같은 것도 그녀의 관심이다.

채식주의자는 크게 순채식주의자(pure vegetarian), 유란채식주의자(ovo-lacto”)로 나뉜다. 점심 식사때는 우유를 1컵 마시는 임양의 채식주의는 후자인 셈.

장병욱 주간한국부차장

입력시간 2002/01/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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