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섹스 스캔들… 대만 국민은 즐거워?

대만 정치판 이번엔 의원 ‘환각 난교파티’ 파문

현직 입법원(국회) 의원과 고급 뚜쟁이, 마약, 그룹ㆍ변태섹스, 그리고 신대만폐 81만5,000위엔(3,000만원) 강탈사건.

3류 소설의 등장인물과 플롯을 고루 갖춘 형사사건이 연초부터 대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연말 타이베이(臺北) 시의원 출신의 여성 정치인 취메이펑이 주연한 몰래 카메라 사건에 이어 정치인 섹스 스캔들이 또다시 화제가 된것.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정치라면, 대만 정치는 ‘모범생’으로 불려도 좋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치인들이 잇단 섹스 스캔들로 30여년만의 최악 경제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기분전환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국민당 소속 입법원 초선 의원 황시엔저우(黃顯洲ㆍ47). 대만 중부 타이중(臺中)이 지역구로 지난해 12월1일 치러진 입법원 선거에서 낙선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직 새 입법원이 개원하지 않아 의원직은 유지한 상태. 건설업과 부동산으로 치부한 부친의 후광으로 자금줄은 넉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납치" 주장에 짠 "그룹 섹스" 반박

황은 1월3일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납치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는 증거로 자신의 양 팔목에 난 포박흔적과 몸의 찰과상 등을 제시했다.

9일전인 12월26일 밤 타이베이 시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납치돼 31일까지 약 6일간 감금됐다 탈출했다는 것. 아울러 강제로 마약을 주사당해 혼미한 상태에서 신대만폐 81만5,000위엔을 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납치, 신용카드를 빼앗아 돈을 인출해 간 주범으로 짠후이화(詹慧華ㆍ여)를 지목했다. 올해 29세의 짠후이화는 화류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급 뚜쟁이.

린안(林安), 차오커리(巧克力ㆍ초컬릿) 등 10여개의 애명을 가진 포주로 기업주나 정치인 등 유력자를 주고객으로 영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타이베이 시내 최대 매춘조직 중 하나인 천타이타이(陳太太)소속 윤락녀였으나 후에 독립했다. 짠은 매춘영업과 관련해 10여년간 2차례 입건된 경력을 갖고 있다.

황의 피랍 주장에 대해 짠후이화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녀는 4일 변호사를 대동하고 검찰에 자진출두, 황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짠의 주장에 따르면 신용카드로 인출한 돈은 황이 입법원 선거 전에 자신에게 빌린 것을 돌려 받은데 불과하다. 신용카드 비밀번호는 황이 알려주었다는 것. 납치ㆍ감금 주장에 대해서는 황의 요구에 따라 6일간 ‘섹스파티’를 벌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대만인을 경악시킨 짠의 주장을 들어보자.

“황의원은 특별한 성적 기호를 가진 변태성욕자다. 그는 마약을 복용한 뒤, 복수의 여성과 그룹섹스를 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섹스 장면을 제3자가 지켜보고 있어야만 절정에 이르는 습관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 그와 친하게 지내면서 10여차례 그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알선해준 바 있다. 이중에는 내가 직접 참여한 섹스파티도 여러 번 있었다.”

이 같은 짠의 주장은 중국시보, 연합보, 자유시보 등 대만 유력지와 TV매체가 일제히 보도하면서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짠은 이번 사건 역시 종전과 같은 섹스파티였을 뿐이라며 ‘참가자’들까지 밝혔다. 황과 자신, 2명의 매춘여성, 그밖에 제3의 남성 ‘관람자’ 2명 등 모두 6명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 2526호실에서 광란의 환각 섹스파티를 벌였다는 것.

‘1남3녀’의 그룹섹스를 침대 옆에서 지켜본 관람자 2명은 각각 지적 장애인과 하반신 장애인으로 한 사람은 짠의 친동생.

짠은 이번 6일간의 섹스파티는 황이 입법원 선거 낙선의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행위를 전후해 복용한 도리도리와 대마초 등 마약 3종류도 황이 직접 준비했다고 말했다.

짠은 아울러 문제가 된 6일간 황과 자신이 2차례나 호텔 커피숍에서 함께 커피를 마셨다며 납치 주장을 부인했다. 황의 팔목에 난 포박 흔적과 신체 타박상은 성행위시 황의 가학ㆍ피학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짠 구속, 언론 황 행동에 의구심

검찰은 일단 황 의원의 주장을 중시, 6일 짠을 구속하고 본격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황상 황의 고발내용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중국시보는 특히 납치상태에서 빠져 나온 뒤 황의 행동에 의문을 표시했다. 31일 오전 호텔을 탈출했다면 바로 타이베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상식인데, 먼저 지역구인 타이중으로 내려가 공개행사에 참가했다는 것.

더욱이 31일 오후 늦게 타이중 경찰국장을 만나 신고가 아닌 ‘사건을 논의’했다는 점도 아리송하다. 1월2일 일부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자 3일에 와서야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에 들어간 것은 더욱 비상식적이다.

사건을 더 아리송하게 하는 것은 짠의 행동이 납치범 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점. 사건 전 자신의 핸드폰으로 황과 통화해 흔적을 남긴 것은 물론이고, 호텔방 예약과 숙박료 계산까지 자신의 명의로 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가해혐의자로서 황과 짠의 전후 행동이 이처럼 상식밖인 점은 사건의 정체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 짠의 고객이자 애인이었다는 한 50대 남성의 제보는 사건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모 신용금고 사장 시절 짠과 거래하다 재산을 탕진했다는 이 남성은 과거 녹취한 녹음테이프와 사진 등을 제시하며 짠의 수완과 악질성을 까발렸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짠은 정ㆍ재계 유력자 수십명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에게 고액 매춘을 알선해왔다.

특히 하룻밤 화대가 최고 신대만폐 20만위엔(740만원)인 처녀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상습적으로 ‘처녀 위장술’을 썼다고 주장했다. 타이베이 경찰에 따르면 윤락가의 처녀 위장술은 특별제조한 양막(羊膜)에 피를 담아 질속에 삽입하는 방법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의 전모는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변태적 환각 섹스파티의 사실 여부도 아직은 불명확하다.

하지만 다수 대만인은 의원의 섹스파티가 사실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상이다.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대만 정치권에 연속적으로 악재가 터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악재는 입법원 의원수 절반 감축을 중심으로 하는 민진당 정권의 정치개혁에는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타이베이=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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