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해의 中國통신](18) 走出去…중국판 세계경영

세계적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해외기업의 중국투자는 하루 평균 1억달러를 넘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에 새로 설립된 해외기업은 2만549개로 전년에 비해17.47% 늘었다.

이들 기업이 중국에 들여온 실제 이용외자는 372억5,300만달러에 이르러 전년비 18.63% 증가했다. 덕분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0월18일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도 중국으로의 자본유입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콩에 지역본부나 사무실을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3,000여개 중 절반이 중국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컴퓨터업체 델은 기존 동남아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것이라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유럽지역 공장을 폐쇄했지만 중국투자는 오히려 늘렸다. 코카콜라도 앞으로 5년간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공장 6개를 지을 계획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오로지 자본을 흡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알게 모르게 이미 주요 자본수출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외경제무역합작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상반기까지 160여개 국가에 6,142개 기업을 설립했다. 해당국가 기업과의 협의 투자액은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중국측의 실제 투자액도 72억달러에 달했다.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유엔무역발전회의(UNCTAD)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자본수출) 규모는 더 크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총액은 1996년 180억달러에 달해 한국(138억달러)과 브라질(74억달러)을 이미오래전에 앞질렀다. 아시아 개도국 중 중국보다 해외직접투자가 많은 곳은 홍콩(1,121억달러)과 싱가포르(374억달러), 대만(273억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의 자본수출은 개혁ㆍ개방의 산물이다. 특히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1990년대들어 급격한 팽창세를 보였다. 1980~84년 연평균 5,400만달러에 그쳤던 해외직접투자는 85~89년 6억7,100만달러, 90~94년 24억2,9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 같은 자본수출 확대는 중국 기업들이 다국적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기업들의 다국적 경영은 현지생산을 통해 ‘블록경제’의 장벽을 우회함으로써 이윤을 최대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현지투자를 통해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고 시장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주요 투자지역이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했을 경우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에 집중돼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최근에는 과거 국유기업 위주로 이뤄졌던 해외투자가 민영기업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 해외직접투자에 대해 중국정부도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경영은 ‘저우추취(走出去ㆍ밖으로 나가기)’ 전략으로 불린다. 이른바 중국판 ‘세계경영’인 셈이다.

중국 정부의 세계경영 지원은 99년 2월 국무원이 반포한 ‘기업원자재 해외반출 및 가공, 조립업무 장려에 관한 의견’에서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중국정부는 해외경영을 하는 기업에 자금, 외환관리, 수출보조, 금융서비스, 정책성 보험 등에서 갖가지 특혜를 주고 있다. 나아가 대외경제무역합작부와 국가경제무역위원회는 해외 가공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인재양성 기구를 설립했다.

물론 중국의 세계경영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기업이 자본도피 창구로 악용되거나, 단기 이익에 치중하다 대규모 손실을 입는 폐해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해외투자기업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중국기업의 미국 자회사는 선물거래에 뛰어들었다 6,000만달러를 날리기도 했다.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세계경영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욱 심화된다는 이야기다. 중국경제를 단순히 판을 벌이고 ‘오는손님(투자)’만 받는 존재로 여기면 오산이다.

배연해

입력시간 2002/01/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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