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스타 부럽지 않아요"

방송인으로 뜨는 스타 전문가들, 미모에 말솜씨까지 겸비한 '팔방미인'

인기 스타 자리는 이제 더 이상 연예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텔레비전의 교양, 오락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타로 부상하는 전문가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인 조차 수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시대가 됐다.

그 동안 방송출연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끈 사람은 EBS 노자강의와 KBS 공자강의를 통해 특유의 독설과 입담으로 관심을 끈 전고려대 교수 김용옥씨, MBC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소위 ‘아우성’ 신드롬을 일으킨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 SBS 특강을 통해 신바람 건강학으로 그리고 특유한 어투로 눈길을 끈 전 연세대교수 황수관씨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교양 프로그램에 나와 독특한 제스처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 인기 스타로 부상한 경우다.

그 동안 교수나 의사 등 전문가들은 오락 프로그램의 출연을 꺼려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문가들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이 늘어나면서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인기 스타 전문가가 많아졌다.


한의사 김소형씨, 비만치료법으로 인기

요즘 전문가 인기 스타로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이 뛰어난 미모에 차분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한의사 김소형씨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한 코너 ‘건강보감’에 출연해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 등을 예방하는 음식 등을 소개하고 침을 통한 치료법을 직접 시범 보인다.

93년 우석대학교 한의과 재학 중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가 미스 서울로 뽑힐 정도의 미모는 그녀가 스타 전문가로 자리잡는데 중요한 원인 역할을 했으며 방송 효과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그녀가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EBS 출연이다. 한방을 이용한 비만 치료법을 소개하는 교양강의 방송을 했는데 반응이 좋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제작진이 출연 섭외를 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주부 대상 교양 프로그램 MBC의 ‘아주 특별한 아침’에 고정 출연하게 됐다.

김씨는 “여성질환과 비만클리닉에 관심이 많은데 미스코리아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나 보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오는 환자도 많다. 방송에 출연하니까 환자들도 친숙하게 느끼고 한의사로서 신뢰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방송 출연을 계기로 운영하는 한의원도 문전성시의 부수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체육학 박사, 건축가 등 스타반열에

요즘 김소형씨 못지 않게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며 요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 바로 SBS 오락 프로그램 ‘장미의 이름’의 한 코너 ‘장미 클리닉’을 진행하는 고려대 체육학 박사 원정혜씨다.

요즘 원씨의 인기를 알려면 SBS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유익하고 재미 있어요” “차분하고 알기 쉽게 요가 동작을 설명해줘 따라 하기가 좋아요” “연예인 진행자보다 훨씬 방송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등등 원씨에 대한 칭찬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원씨는 “EBS에서 3차례 요가에 대한 방송을 한 적 있는데 이 방송을 본 하승보 PD가 SBS출연 섭외를 해 ‘장미클리닉’ 을 시작하게 됐다. 불과 한달 출연했는데 시청자의 반응이 좋아 그 자신도 놀라고 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몸풀기로 재즈 동작을 지도하고 질병치료나 체형교정에 필요한 요가 동작을 직접 시범 보이며 주의 사항 등을 상세히 그리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시청자가 능수능란한 방송 진행솜씨 외에 원씨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녀가 요가로 78Kg이던 체중을 49Kg으로 감량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요가를 한 지는 15년 됐다. 몸무게를 빼기위해 요가를 시작했지만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마음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심신 단련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녀의 요가에 대한 관심은 학문적 연구로 이어져 고려대 체육학과 대학원에서 ‘동양의 요가 수행과 서양 스포츠 수행 접목연구’라는 제목의 박사논문을 쓰기도 했다.


신선한 모습이 친근감 더해줘

장기간의 수련과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한 원씨는 대본 없이 방송을 진행한다. 프로그램구성은 물론 방송 멘트까지 직접 준비한다. 고려대 연세대 등 네개 대학에서의 강의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 나가 요가 강의를 하고 있는 그녀는 재즈공연, 기춤발표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며 감동을 주는 전문가도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에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장애인, 소년ㆍ소녀가장들에게 집을 개조해 주는 ‘러브하우스’에 출연하는 건축가 김원철씨다.

이 프로그램에서 파리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김씨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새롭게 집을 개조해주면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의 어눌한 말투와 꾸밈없는 모습은 오히려 연출된 방송인들의 모습보다 훨씬 더 큰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그가 개조한 집을 선물 받은 사람들이 울 때 함께 울고 목을 메인다. 그의 모습을 보고 시청자도 함께 운다.

또 한 사람의 전문가가 최근 시청자의 관심권에 포착되고 있다. 한의사 최승씨다. 그녀 역시 출중한 미모를 자랑하는 한의사다.

최씨는 경인방송(iTV)의 ‘iTV특강’에 출연해 상체비만의 한방치료 등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한방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손쉬운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그녀의 방송 강의는 어느 사이 수도권 지역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전문가 스타 시대가 열리는 것은 우선 사람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손쉽게 심도 있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전문가들이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딱딱한 교양 강좌가 아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맛볼수 있다는 장점이 전문가 스타 시대를 만든 것이다.

또한 방송인이나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연출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신선감도 전문가들이 인기를 끄는 한 원인이다.

MBC 임정아 PD는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연출지시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이나 말을 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녹화 도중 실수도 한다. 그 실수 장면까지 여과없이 내 보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풋풋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8:59


배국남 문화과학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