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럭키 넘버

복권 당첨을 둘러싼 코미디 사기극

새해 벽두부터 이런 생각을 하면 좀 한심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에게 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꿈조차 꾸지 말란 법은 없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복권 당첨자들의 숨은 사연을 들어보면, 이보다 더 극적일 수가 없다. 복권을 구입한 자와 당첨된 자가 다른 데서 오는 소유권 분쟁이 특히 그러하다. 돈의 분배를 둘러싼 아름답고 추한 이야기들은 자비와 탐욕의 극한을 오가는, 인생사의 압축판같다.

노라 에이프런의 2000년 작 <럭키 넘버 Lucky Number>(15세, 파라마운트)는 600만 달러의 복권 당첨 사기와,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연쇄 사고를 소재로 한 코믹 소동극이다.

우선 감독이 에이프런이라는 사실에 다소 의아해진다. 에이프런은 <해리가샐리를 만났을 때> <지금은 통화 중> <유브 갓 메일>의 각본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출로 유명한 여성. 이 네 편의 영화가 모두 맥 라이언 주연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사랑스럽고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물에 장기를 보이고 있다. 헌데같은 코미디라 해도 사기극이라니, 뜨악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주인공이 나이 들수록 느물느물, 느끼해지는 존 트라볼타와 <프렌즈>를 통해 약간 머리가 빈 금발의 엉뚱한 아가씨로 이미지 지워진 리사 쿠드로라면 조금 기대가 된다.

이 두 주연 배우를 받쳐주는 인물로 <인디펜던스>와 같은 블록 버스터와 <로스트 하이웨이> 같은 개성있는 영화에 번갈아 출연하는 빌 풀만, 푼수끼 있는악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팀 로스 등이 출연하고 있다.

1988년. 케이블 TV 채널 6의 기상 캐스터인 러스(존 트라볼타)는 자신의 입 간판이 세워진 거리에서 여성들로부터 사인공세를 받고, 전용 식당 좌석과 주차장을 갖고 있는 등, 소도시 해리스버그에선 제법 인기있는 유지다.

헌데 러스는 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자신이 운영하는 스노우 모빌 상점이 따뜻한 날씨로 파산 위기에 처한 데다, 도박 물주 제리로부터 빚 독촉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스트립 바를 경영하는 친구 긱(팀 로스)에게 의논하자, 가짜 강도를 고용해 스노우 모빌 가게를 털게해 보험금을 타내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이 시도는 멍청한 강도 데일(마이클 레파포트)이 침입하자, 충실한 판매원 레리가 재치있게 대처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놀란 데일은 오히려 러스에게 보상금 만달러를 내라고 협박한다.

위기에 몰린 러스는 방송국의 복권 추첨 걸 크리스탈(리사 쿠드로)에게 당첨조작을 제안한다. 방송국 사장 딕(에드 오닐)에게 농락당해 화가 난 크리스탈은 모의에 동의하고, 어렵사리 당첨 공을 바꿔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600만달러가 간단하게 손에 들어올리 없지. 긱, 데일, 딕, 제리에다가 크리스탈의 무지막지한 친척 월터, 게으르고 머리 나쁜 경찰 레이크우드(빌풀만)까지 설쳐대면서 살인과 수사와 돈을 둘러싼 소동이 벌어진다.

가벼운 코미디물이니만치 <럭키 넘버>는 악당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엎치락 뒷치락 끝에 돈을 가장 필요로 했던 자가 차지한다는 해피 엔딩.

<럭키 넘버>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1988년 배경답게 흘러간 팝 송을 적지아니 들을 수 있다는 점.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Mack the Knife' We're theChampion' 등 선곡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1/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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