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더티 픽쳐

표현의 자유, 그 중에서도 예술 표현에 관한 논란은 어느 시대에도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도, 한 미술 교사가 인터넷 홈 페이지에 자신과 아내의 누드를 공개하여 논란이 된 바 있지만, 간단하게 판가름이 나지 않았다.

예술을 옹호하자니 상식과 도덕이 걸리고, 보통 사람 편에 서면 문화와 예술의 진보를 가로막는 것같은 딜레마.

프랭크 피어슨의 2000년작 <더티 픽쳐 DirtyPictures>(18세, 폭스)는 이같은 논쟁으로부터 나름의 의견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영화다. 미국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예술 전시회로 기록된, 사진 작가 로버트 메플쏩의 전시회를 둘러싼 실제 재판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재판에서 큐레이터 자넷 카슨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로버트 메플쏩은 80년대의 주요한 사진 작가로 그의 작품 세계는 형식주의, 즉 피사체보다 조명, 질감, 배열 등에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동성간 성 행위법을 설명하기도 하는 등, 파격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한 메플쏩은 1988년에 에이즈로 사망했다. 죽기 1년 전 휘트니 미술관에서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렸다.

영화는 메플쏩의 작품을 그대로 보여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작품 세계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히며, 수많은 작품을 능숙한 편집 솜씨로 보여주고 있지만, 재판까지 몰고간 문제작 7편은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극중 대사를 통해, 문제 작품은 남자 입에 오줌을 누는 장면, 18세 이하 미성년 남녀의 성기 노출, 자신의 항문에 손을 넣은 것, 흑인과 백인 게이의 키스, 항문에 채찍을 밀어넣은 모습 등으로 추측된다.

그외 작품들은 도날드 서덜랜드, 리차드 기어, 수잔 서랜든, 글렌 클로즈, 브룩 쉴즈,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같은 유명 영화 배우와 가수 데이빗 보위, 그레이스 존스, 현대 미술가 앤디 워홀, 안무가 빌 T. 존스 등의 매력적인 순간을 잡은 인물 사진이 주종을 이룬다.

단순하지만 기품 있는 꽃 컬러를 클로즈업 한것,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을 근접해 찍은 것 등, 단순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사진들을 인물사진과 연계시켜 전시했다고 한다.

즉 논란이 된 작품을 빼고 전시하는 것은 작가의 전체의도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사건은 신시네티시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감독 데니스 베리(제임스 우즈)가 1990년 4월 7일부터 로버트 메플쏩의 사진 전시회 'Perfect Moment'를 열기로 하면서 발생한다.

이 소식을 접한 아트 센터 위원회와 후원 회원들,건전 시민 가치를 위한 시민의 모임, 주 정부 장관 사이먼리스(크레이그 T. 넬슨) 등은 전시회를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 예술 박물관 모임, 샐먼 루시디와 같은 작가, 사진의 모델이 된 배우 수잔 서랜든 등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 전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찬반 데모를 벌이는 가운데, 주 장관은 "7개 작품은 외설이므로 데니스 베리를 음란물 중개, 저속 작품 불법 사용 혐의로 고발한다"고 발표한다.

베리의 집에는 협박전화가 빗발치고, 어린 아들은 "너희 아버지는 호모"라는 놀림을 받게되며, 아내(다이아나 스카위드)는 이웃의 외면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가운데, 재판정 안과 밖에서는 다음과 같은 토론이 벌어진다.

"미술관은 법이 미치지 않는 곳인가, 우리보다 잘난 이들이 있는 곳인가"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다" "거리에서 흑인이 포르노 잡지를 팔면 잡혀가는데, 백인 미술관장이 러는 것은 괜찮다니, 인종 차별이다" "예술이 꼭 아름다울 필요가 있는가"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1/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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