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누가 뛰나] 연고권 앞세운 진검승부

자민련 아성에 각당 충청인사들 출사표 저울질

대전은 자민련의 텃밭이다. 대전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당락을 가른 진원지 이다. 대전은 또 여당의 앞서가는 대선주자 이인제 후보가 연고권을 앞세우는 지역이다. 때문에 대전시장 선거전은 어느지역보다도 치열한 ‘진검승부’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선거에 이어 닥칠 대선의 향배를 계산하는 여야 3당의 대전 공들이기는 그래서 각별하다.


홍 시장·강창회 의원 명승부 예상

연초까지 드러난 대전시장 선거전의 주요 변수는 크게 두가지다. 자민련 홍선기(洪善基ㆍ65)시장의 3선 도전 여부와 한나라당 강창희(姜昌熙ㆍ56) 의원의 행보.

홍 시장은 당 안팎의 3선저항을 의식한 듯 대세론쪽에 기울어 있다. 자민련이 자신을 선택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자세다. 3선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지만 “당이 어려운데 홀로 의리를 저버릴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당의 결정에 따라 처신할 각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민련의 쌍두마차인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로부터 “홍선배! 절대 안나오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라는 진언을 들을 정도로 그의 현실적인 경쟁력은 여전하다.

홍 시장의 ‘당의 결정’을 내세운 발언으로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의 동요도 두드러지게 사그라들었다.

자민련 일색인 5개 구청장 가운데 누구하나 말을 갈아타지 않고 홍 시장편을 지키고 있다. 당내에서 홍 후보를 능가할 대안이 없다는 지방정가의 현실론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홍 시장이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변수는 강창희 의원이 쥐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해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성한 대전 최다선의원. 이회창 대통령만들기를 위해 대전을 책임진 그에게 6월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최상의 카드로 염홍철(廉弘喆ㆍ57) 한밭대총장을 내심 그려보고 있지만 경선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진골을 주장하는 이재환(李在奐ㆍ64) 전 의원(대전서갑지구당위원장)이 일찌감치 경선 참여를 선언하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선과 맞물린 한나라당의 필승 의지에 비추어 강 의원이 몸소 출전하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지방정가는 홍 시장과 강 의원간 맞대결이 이뤄진다면 최대의 명승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자천타천 포함해 7명.

자민련 주자는 홍 시장외 이양희(李良熙ㆍ56) 의원과 조준호(趙俊鎬ㆍ65) 대전시 도시개발공사사장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당 사무총장을 물러난 이후 더욱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경선을 통한 후보 선정을 주장하며 홍 시장 불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조 사장은 연초 “이제는 관료행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시민자치가 필요하다”고 홍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자며 자신감에 넘치고 있다.

한나라당의 후보감으로는 염홍철 총장, 이재환 전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염 총장 후보론은 한나라당이 대전에서 강창희라는 날개를 달면서 힘을 얻고 있다.

염 총장은 시장선거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한데다 국립대총장에 몸담고 있다는 한계 때문에 고심했던 게 사실이다. 그것이 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의 시장직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는게 중론이다. 그는 자신이 시장 시절 추진한 사업이 중도하차한 사실을 비판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반박한데 이어 지난 연말에는 시청내 동문 공무원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등 나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전의원은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후보로 공천받고도 당의 방침에 승복해 뜻을 접은 한을 풀겠다며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 자민련 역시 '연대론' 흘리기도

민주당은 아직 뚜렷하게 후보군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 대세론을 업고 송천영(宋千永ㆍ62) 전의원과 송석찬(宋錫贊ㆍ49)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송 전의원은 이 고문과의 특별한 연을 바탕으로 후보 낙점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이 고문이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연대해 대전에서도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지난 선거의 설욕을 다짐했다. 유성구청장 및 당 지방자치위원장 이력을 지닌 송 의원은 “기회가 닿는다면…”표현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병석(朴炳錫)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전시장후보를 굳이 낼필요가 있겠느냐며 자민련 연대론에 기울고 있다. 이 고문이 대선후보로 결정나면 지방선거에서 발을 빼고 대신 한나라당과 맞서는 대선에서 실익을 챙기겠다는 논리다.

최정복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2/05 20:01


최정복 사회부 c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