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누가 뛰나] 허경만 지사 '3선 지지' 가능할까

예비후보들 표밭 다지기 분주

일찌감치 후보군이 드러난 전남도는 3선에 도전하는 허경만 도지사와 이를 꺾으려는 후보들의 치열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예비 후보들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조직을 정비하고 지역을 돌며 얼굴 알리기와 표밭 다지기에 나서는등 ‘물밑대결’이 한창이다.

선거를 5개월여 앞둔 이 지역 최대 관심사는 역시 1차 관문인 민주당내 후보경선을 누가 통과할 지에 쏠려있다. 민주당 텃밭인 지역 특성상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없는 데다 후보들 모두 하나같이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좀처럼 우열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태영 전장관·김영진 의원 맹추격

현재 전남도지사 선거전에는 허 지사를 비롯 박태영 전 산업자원부장관, 김영진의원 등 민주당 후보들과 송재구 전 전남도 부지사, 송하성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등 2명의 무소속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다.

당내 경선의 세력판도는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허 지사를 박 전 장관과 김 의원이 맹추격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허 지사는 지난해 2월 ‘3선 단체장’에 대한 뜻을 피력하면서 줄곧 민심을 다져왔으며, 최근에는 측근들이 공직을 사퇴하고 선거캠프를 마련하는 등 사실상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허 지사는 도청이전(목포권)으로 인한 전남 중ㆍ동부권 민심이 다소 등을 돌릴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본격적인 ‘도민경선’에 돌입할 경우 수성은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 허경만 정서’에도 불구, 두 번의 도지사를 지낸 경험과 경력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점을 십분 활용하고, 2010 여수 엑스포와 생명산업단지(나주) 유치를 내세워 이탈된 중ㆍ동부권 민심을 설득해 나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허 지사의 한 측근은 “반 허 지사 정서의 실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으레 단체장 임기 말기에 나오는 과도기적 현상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경우 수그러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5선, 당 원내총무 경선, 지사 후보 당내 경선, 지방선거 등에서 지금껏 한번도 져본 적이 없는 허 지사가 이번에도 ‘선거불패’의 신화를 계속 이어갈 지 관심거리다.

허 지사의 3선 행진에 ‘경제통’인박 전 장관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박 전 장관의 전략은 전남도민의 최대 관심사인 낙후된 지역경제 재건인점을 최대한 활용, 경제관료 출신임을 집중부각시켜 다른 후보와 달리 전남도지사 적임자임을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광주ㆍ전남지역 대학과 시민ㆍ경제단체에서 초청한 강연회에 참석하고 최근에는 중국을 방문해 전남도와의 경제협력 교류를 추진하는 등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 놓았다고 자부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허 지사나 김영진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다는 점과 경제 이미지가 표로 연결될 지 여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나 경제전문가로 이뤄진 참모진을 구축, 이를 커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회의원 4선의 경력에 ‘농ㆍ어업 전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김 의원의 도백을 향한 행보도 만만찮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도내 22개 시ㆍ군을 두루 돌며 당원과 당직자들을 접촉한 결과 지지도와 세몰이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판단, 경선 승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의원은 실제 최근 민족농어업연구소와 국제 농어업의원연맹을 잇따라 창설, 쌀문제와 중국 WTO가입 등의 영향으로 상처받은 농민정서를 자극하고 농심 끌어안기에 총력을 기울일 경우 대세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 의원측은 “자금과 조직면에서 다소 취약한 면이 없지 않지만 후보들의 거품과 실제능력 차이를 부각시켜 나가면서 이를 극복할 방침”이라며 “당장 내달부터 제2차 세몰이에 나설 경우 판세의 큰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소속 후보들 바람몰이 안간힘

이들 민주당 ‘빅3’ 후보들의 대결구도 속에 무소속 후보들의 활발한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송재구 전 전남도 부지사는 청렴성을 바탕으로 지지열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1998년 허 지사에게 당내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바람’이 ‘미풍’에 그칠 것으로 자신한다”며 각종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주민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친형이자 4남매가 고시출신으로 화제가 됐던 송하성 공정위심판관리관도 40대 경제관료와 참신성을 내세우며 남도 포럼 강연회와 출판기념회를 갖는 등 표밭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자체 후보를 옹립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마땅한 후보감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안경호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06 15:17


안경호 사회부 k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