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전시 국정 연설

끊임없는 박수의 연속이었다. 한마디하고 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 그 다음 말이 채 끝맺기도 전에 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언뜻 보면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2년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도 부시는 이런 환호성과 지지를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도 받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은 의회에서의 연두 국정 연설이었다. 하원은 부시가 있는 공화당이 다수당이라 하지만 의석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다.

더구나 상원은 비록 한 석 차이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 행한 부시의 연설은 상하 양원을 막론하고 공화 민주 양당의 정파와 관련 없이 대다수의 참석자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사령관’에 대한 환호였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국민들은 21세기 최초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조지 부시 사령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에 걸맞게 사령관 부시의 연설도 전쟁론으로 일관했다.

가장 먼저 나온 주제가 역시 국가 안보 문제였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라고 못박으면서, 아직도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의심되며 이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몇몇 국가들에 대하여 의미 심장한 경고를 했다.

이제 미국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그러면서 그런 국가들을 거론하기도 하고 특정 단체를 적시하기도 하였다.

그 다음에 나온 이야기는 바로 국내 보안 검색의 강화에 대한 것이었다. 과거와 달리 뚜렷한 전선도 없이 치러지는 전쟁에서는 지금까지는 전쟁의 직접적인 위험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미국 본토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본토를 지켜야 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경의 검문 검색이 강화될 것이고 공항과 핵발전소 등에 대한 경비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미국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통상적인자유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것이지만, 국민들은 지금까지는 별 커다란 불만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기본권적인 자유가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나 인종에 따라, 특히 이번 테러와의 전쟁을 촉발하게 한 사건과 관련된 특정종교나 인종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더 나아가 경제와의 전쟁이다. 주지하다시피 현 경제 상황은 불황 국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적지 않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있었던 테러 참사 여파로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있다. 이렇게 추락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일정한 시험을 통과하게 하고 일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학교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 좋은 학생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훌륭한선생님이 필요하다.

교직에 더 좋은 인재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가는 길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투자를 더 많이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게되며 사람들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어 경제를 진작시킬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엔론사 파산과 같은 사태를 고려하여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사회적 사명에 대하여도 언급했다,

이와 같이 전쟁론은 계속 이어져 나갔다. 그리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얼마간 이 전쟁이 계속될지 모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가 이 전쟁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기를 기원합시다”는 말로 국정연설의 끝을 맺었다.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연설을 많은 관중들의 호응을 받은 훌륭한 연설이었다. 아마도 전쟁이 끝나자마자 인기가 급전직락한 자기 아버지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으려는 듯이 현 부시 대통령은 잔여임기를 군 최고 사령관으로만 보내고 싶은 모양이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IHTE 변호사

입력시간 2002/02/0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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