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누가 뛰나] '화두'로 떠오른 후보 단일화

한나라당 후보5명, 추대·경선 놓고 첨예한 기싸움

전국 면적의 19.1%를 차지하는 ‘농도’, 경북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누가 될까.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23개 시군에 300만 도민을 둔 경북도지사 자리를 향한 출마예정자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경북은 ‘한나라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등식이 통용되면서 당 공천 경쟁이 흡사 광역단체장 선거와 맞먹을 정도로 불붙고 있다. 특히 3선을 노리는 이의근(63) 현 지사도 한나라당 이 경선 대열에 가세하면서 공천 여부가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역 정가서는 이 지사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경우 현직 프리미엄에다 당의 바람몰이로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공천에서 탈락돼 무소속 출마할 경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지사 3선출마 기정 사실화

현재 출마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인물은 모두 6명. 이 지사와 한나라당 권오을(44ㆍ안동), 김광원(61ㆍ봉화울진), 임인배(47ㆍ김천), 주진우(52ㆍ고령성주) 의원, 자민련 경북도지부 박준홍(55) 지부장 등이 도지사를 향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 지사는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3선 출마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올초 연례행사로 영덕 삼사해상공원서 제야의 종을 타종한 그는 “내년에는 경북 북부지역서도 제야의 종을 타종하면 좋겠다”고 우회적인 출마의사를 비췄다. 이미 이 지사는 조직정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전선거운동 금지기간에 묶여 지난해 말부터는 외부 공식행사만 참석하고 있다.

경북 도백 자리를 향한 경쟁은 한나라당 내부서 벌써 불붙고 있다. 이 지사를 포함한 한나라당 출마예상자 5명은 올초부터 도지사후보를 ‘추대’할 것인가, ‘경선’으로 뽑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내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추대를 통한 경북도지사 후보 단일화에는 이 지사와 김ㆍ임ㆍ주 의원이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물론 단일화에 실패하면 경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선이 내부 흠집내기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북도 부지사 출신의 김 의원은 “추대를 하더라도 특정인 몰아주기 식에는 반대하며 반드시 명분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인이 10년이나 도지사를 해서는 안된다”며 이 지사를 아예 배제할 것을 요구, 추대파에도 알력이 있는 상태다.

지난달 11일 대구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주 의원도 “후보 추대가 바람직하지만 경선을 하더라도 결과에 자신있다”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사조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실물경제에 대한 지식과 재선의원의 경험을 살린다면 도정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그는 2월초 국가혁신위 행정실장 직이 끝나면 경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2002 월드컵 특위 해외방문단장으로 1월26일부터 2월5일까지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등 유럽 축구경기장 시설과 사후활용 실태조사에 나선 임 의원도 “경선에 따른 금권선거와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추대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 지사도 경선보다는 추대를 바라고 있다. 이 지사측은 “도민들의 지지율과 수년간의 업적 등을 볼 때 경선과 추대, 어느쪽이든 자신있지만 굳이 소모적인 경선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추대론은 현재 경선을 주장하며 뜻을 굽히지 않는 권 의원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달 28일 대구에 있는 한나라당 경북도지부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배 의원들이 경선과열과 후유증을 우려, 합의 추대를 모색하는 것은 알겠지만 경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당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달초에 대구와 포항, 구미 등에 도지사 경선 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역임한 박 지부장은 자민련이 열세인 경북지역의 정서를 고려, 당과 출마여부를 조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에도 경북도지사에 입후보한 그는 주말에는 대구ㆍ경북서 지내며 민심잡기에 나섰다.


민주당, 후보 거론조차 안해

그러나 경북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아예 도지사 후보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경북지역 유권자들은 현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공천 경쟁서 누가 승리의 나팔을 부는 지, 그래서 막판 후보가 몇 명까지 줄어드는 지를 본 후에 선택의 고민을 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

전준호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07 14:46


전준호 사회부 jh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