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산책] '이민과 건강'


‘이민과 건강' -미주 한인과 한국인의 사망력비교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본국 한국인보다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내용의 인구학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조영태(미국 텍사스대 인구학 박사과정)씨와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 정성원(고려대대학원 보건학 석사)씨가 공동으로 ‘한국인구학’(제24권제2호)에 게재한 논문이 그것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한국과 미국의 사망자료를 기초로 미주 한인의 건강상태를 본국의 한국인과 비교해 살펴보고, 이민이 한국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우선 미주한인이 한국인보다 오래살고 건강하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논문은 이들의 연령별 기대여명(餘命)과 사망률, 사망원인을 비교 분석했다. 25세 성인남성의 경우 기대여명은 한국인이 48년, 미주한인은 53년이다. 이 같은 추세는 65세까지 계속된다. 여성의 경우도 남성보다는 차이가 적지만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다.

연령별 사망률에서도 24~34세군의 한국인 사망률은 인구 1,000명당 1.1명인 반면 미주한인은 0.3명이었다. 35~44세 군과 45~54세 군에서 한국인은 미주한인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사망률을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미주한인의 수명과 건강이 한국인보다 더 길고 양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한편 사망원인은 미주한인이 신생물(新生物ㆍ종양)에 의한 사망이 높은 반면, 한국인은 소화기계 질환에 의한 사망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의 경우 교육수준과 신생물로 인한 사망은 정관계를, 소화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역관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대표적 질환인 신생물로 인한 사망이 높아지고, 낮아질수록 과음 등 건강에 좋지 못한 식음습관에 의한 소화기계 사망이 많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논문은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건강한 사람이 이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이민이라는 삶의 변화를 선택하기 어려우므로 자발적 이민의 경우 이민자는 건강한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이민 1세가 2세보다, 단기 이민자가 장기 이민자보다 양호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주한인은 새로운 미국 사회에 정착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한국인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민 이후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할 수 있고, 음주의 양과 빈도를 두드러지게 줄이는 등 절제하는 생활을 하며, 종교활동과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 등 이중요한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주한인이 수명과 건강에서 한국인보다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미주한인의 높은 사회경제적 조건, 건강에 신경을 쓰는 등 절제하는 생활태도 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할수 있다. 이것은 미주 일인이 본국의 일본인보다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결론과 일치하는 것이다.

또한 이민은 이민자의 건강에 독자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결론을 도출하고있는 것 같은 이 논문이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따지고 살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시행된 미국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미주 한인은 107만6,872명에 이른다. 한국의 보건 당국과 관련 학계는 급증하는 미주 이민자들을 비롯한 해외 동포들의 건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논문이다.

김철훈 문화과학부 차장

입력시간 2002/02/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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