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상처, 불신, 농성…이것이 우리교육의 현주소인가?

경기도교육청은 요즘 난장판이다.

학부모 200여명이 2월16일 경기 수원시 조원동 교육청 3층 강당에서 밤샘농성을 벌인데 이어 17일에는 학생들도 시위에 동참해 1,000여명이 이틀째 농성했다.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들어오기 위해 승용차로 교육청의 닫힌 정문을 들이받거나 경찰의 저지를 뚫고 정문과 담을 넘기도 했다.

학부모의 격렬한 시위 자체를 두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뜩이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도 교육청이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일 처리를 감안하면 학부모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망가진 공교육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인 셈이다.

농성의 발단은 16일 도 교육청이 발표한 고교 신입생 재배정 결과. 총 배정자 4만6,503명의 16.7%인 7,721명을 당초 배정과 다른 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재배정한 것인데 이중 71.9%인 5,554명은 당초보다 선순위 학교로 바뀐 반면 28.1%인 2,167명은 오히려 후순위 학교로 밀렸다. 농성중인 학부모의 상당수는 후순위로 밀린 학생의 학부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부모의 항의는 예상됐던 일이다. 수도권 5개 고교평준화 권역 중 수원 성남 고양 안양 등 4개 권역의 신입생 배정을 잘못해 배정을 취소할 때부터 도 교육청은 이미 교육의 가장 중요한 바탕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처음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컴퓨터 작업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본적인 임무를 소홀히한 것이다. 전산프로그램 선정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재배정 백지화, 근거리 배정원칙 준수 등을 주장하며 예비소집 불참및 등록거부, 행정소송 제기, 교육인적자원부 항의방문 등 연대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은 “재배정결과의 번복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전학이 유일한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조성윤 경기도교육감의 사퇴에도 불구,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74년 고교평준화 실시 이후 최대 대형 사고다. 교육인적자원부는도 교육청에 대한 특감을 통해 명쾌하게 원인을 규명, 어린 학생들이 안게 된 상처와 고교 재배정에 따른 혼란을 치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평준화와 대학입시를 축으로 한 현행 고교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2/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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