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선거시대] 불법 사이버 선거홍보 "폭력수준"

익명성 악용한 유언비어 유포·비방 난무

사이버 선거 홍보전이 뜨겁게 달아 오르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대선 후보 등 정치인들의 홈페이지 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팬클럽 사이트와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안티 사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여론 몰이 사이트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 정치인 팬클럽 사이트나 안티 사이트에는 ‘***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통령은 없다’, ‘대한의 희망 ***’, ‘다음 대통령으로 ***은 어떤가요’, ‘***은 미국의 2중대’ 등 특정 후보를 비방ㆍ선동하는 글들이 난무한다.

이런 비난성 글들은 주로 네티즌들의 것이지만 일부는 특정 후보를 비방하려는 상대방 후보 진영에서 올려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이 쌍방 의사 교류라는 장점이 있는데 반해 익명의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비난과 무차별적인 음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현행 선거법 상 엄연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창궐하는 것을 보면 본격적인 선거철이 되면 그 폐해가 더욱 심해질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자체 홈페이지가 단체장 홍보사이트?

지방선거가 다가 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해당 단체장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 도청 홈페이지는 해당 지사의 축사 연설문 외에 치적, 동정, 수상 내역, 학력 등의 개인 홍보성 자료들로 도배가 돼 있다시피 하다.

한 시청의 홈페이지에는 아예 시장의 홍보용 사진 9장이 동영상처럼 번갈아 나오기도 한다. 광역단체장은 지난해 연말 지역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 e메일을 보내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의정 보고서나 간담회 등 간접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역 국회 의원들에 비해 자신을 홍보하는데 제약을 받는 단체장들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선거 홍보전이 가열 양상을 보이자 중앙선관위와 각 시ㆍ군ㆍ구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사이버 전담반을 신설, 본격적인 선거 감시에 들어갔다. 올해초 5명의 전문 검색사와 2명의 행정처리 요원을 추가로 채용한 중앙선관위는 1월말까지 4개월간 총 84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2월 들어서는 위반 건수가 급증, 월초부터 설 연휴 전날인 9일까지 9일 동안 무려 45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불법 선거 유형은 일반 개인들이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흑색 선전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들이 군청이나 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선거 활동을 벌이는 것들이다. 선관위는 지금까지 총 24건에 대해 주의 및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인식변화와 법적 보완장치 필요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인터넷을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퍼온 글’의 형태로 상대 후보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악의적인 내용들이 많아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선거 홍보전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사이버 세계에는 익명이라는 점을 악용한 일부 부도덕한 네티즌들에 의해 욕설과 언어 폭력이 얼룩지고 있다.

진흙탕 보다 더 심하다는 선거전에서 인터넷이 제대로 된 홍보 매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법적인 보완과 함께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이버 선거 홍보는 추악한 인신 공격이 난무하는 사이버 쓰레기장이 될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19 19:5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