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이혼의 아픔, 재혼으로 치유

재혼자만의 문화마당 ‘(주) 리메리 피플’

“칼라님, 생일 축하 드립니다. 오늘 하루 화려하고 멋진 식사가 되시길.”(푸른꽃) “생일 추카하구요. 금년엔 시집 가이소”(맥) “화요일 같이 스키 타러 가실래요?”(맨). PC 통신상의 허드렛 대화방이 아니다. 그동안 감수해야 했던 고독감이 글자 사이사이에 배어 있다.

1999년 12월 도메인 등록한 재혼전문 포털 사이트 ㈜리메리 피플(www.remarry.co.kr)이 재혼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홈페이지에 실린 회원들의 곰살궂은 사연은 오늘도 끊이지 않는다.

“저희 결혼합니다”라며 홈 페이지로 ‘졸업’을 알려 온 커플이 지금껏 10여쌍. 여기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커플은 모두 70여쌍. 현재 온라인상으로 가입한 회원은 2,800여명. 홈페이지에 들어 와 새 소식이 없나 홈페이지 구석구석 조회하는 사람이 매일 450~600명.

일반 결혼정보사의 선보여주기 관행을 뒤집었다. 30~50만원을 내고 회원 등록하면 10번 선볼 기회가 주어지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3번 보고 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더욱 초조해진 나머지, 흘러가는 시간도, 기약없는 가입비도 목전에 없다. 결혼 정보 회사의 전화에 목매는 형국이 되는 것이 여타 결혼정보회사 회원 대다수의 예정된 코스다.

리메리에도 가입 절차가 있다. 남자3만, 여자 2만원으로 사실상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명과 나이 등 기본 사항에 딸려 있는 회원 정보의 꼼꼼함은 타업체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종학교명, 아이들 숫자, 사회적 상태 등 외부에 선뜻 알리기를 꺼리는 객관적 정보는 물론 키, 종교, 직업, 원하는 배우자 연령 등 재혼 희망자에게 정작 긴요한 것들만 밝히게 돼 있다.

대표이사 이광연씨가 지금껏 4차례 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나서 도달한 결과다.

“이혼이든 사별이든 배우자와 헤어지게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 없어진다는 점이죠.” 살벌한 법정 싸움이 끝나 어렵사리 이혼을 한 뒤, 재혼 전문 회상화 주변에 휘둘리다 2~3년이 지나면 십중팔구는 폐쇄적으로 변하고 만다고 이씨는 전한다.

‘절대 재혼 않고 혼자 살 것’이라며 밑독 빠진 다짐을 거듭하는그, 또는 그녀. 그러나 여기서는 ID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들어와, 관심 있는 상대와 진솔한 대화를 나울 수 있다.

‘돌아 온 처녀 총각’. 개설 당시이 사이트가 내걸었던 별칭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이름을 흉내 낸 결혼 정보사가 한둘 아니었다.

개설 넉달만에 그 별칭을 폐기, ‘self-matchingsysytem’이라는 배너를 단 것은 그래서다. 만남 횟수나 장소 등에 일일이 간섭하는 기존 결혼 정보사의 관행을 버리고, 회원들 스스로 알아서하라는 태도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2/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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