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싱글 사인 온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다 보면 귀잖은 일 중에 하나가 개인정보를 기입하는 것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부터 시작해 이름과 전화번호 심지어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까지 일일이 챙겨 넣어야 한다.

원하는 항목 중에 하나만 빠져도 오류 메시지가 뜨게 된다. 개인 관심사 혹은 업무 목적으로 사이트를 훑다 보면 이 같은 단순 작업을 수 차례 반복한다.

기업에서 각종 시스템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사적 자원관리, 지식관리시스템, 통합메시징 시스템, 그룹웨어 등 각 시스템에 접속할 때마다 별도의 로그인 과정이 필요하다.

‘싱글 사인 온(Single sign on)’ 기술은 ‘똑같은 사람이 쓰는 시스템이나 서비스인데 왜 로그인을 따로할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만약 한 번 인증으로 그룹웨어, 통합 메시징 시스템, 안내 데스크 등 업무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과 인터넷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할 것이다.

이 기술은 대기업이나 인터넷 기업이 여러 사이트를 운영함에 따라 각각의 회원을 통합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주요 기업이 싱글 사인 온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당연히 회원의 통합 관리를 통한 마케팅의 극대화다.

또 온라인에서 상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각사이트에서 발생한 요금을 한 군데서 통합 고지해 과금, 납부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리고 있다. 나아가 계열사끼리 통합 마케팅을 펼쳐 이를 매출과 수익 확대로 이어 가겠다는 전략도 깔고 있다.

이를 처음 도입한 업체는 한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로 이미지 부각에 나서는 코리아 닷컴이다. 비록 모 회사인 두루넷 아이디로 코리아 닷컴 사이트에 접속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처음으로 싱글 사인 온 시스템을 도입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어 삼성전자가 삼성전자, 애니콜랜드, 삼성소프트, 지펠, 삼성에듀닷컴, 삼성전자 서비스 등 6개 사업 단위를 하나로 연계하는 통합 회원제 ‘애니패스’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SK도 지난해부터 엔크린닷컴, 스피드메이트닷컴, 엔카닷컴 등을 오케이캐쉬백 사이트를 묶어 통합 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글 사인 온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는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 마그넷, 롯데리아, 롯데제과, 롯데호텔 등 계열사 인터넷 사이트를 하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 ‘롯데타운’을 5월께 선보인다.

KT 역시 인터넷 포털 ‘한미르’, 온라인 쇼핑몰 ‘바이앤조이’등 계열 사이트를 한데 묶고 다시 여기에 국내의 주요 포털 사이트를 연계하는 ‘렛츠케이티’를 오픈할 예정이다.

하지만 싱글 사인 온 기술은 완벽하게 검증된 ‘완료형’ 기술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기술이다. 시스템 구축이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사이트 회원간 통합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새로 사이트를 구축해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미 운영중인 사이트를 싱글 사인온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우선 회원 통합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다른 회원이 같은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아이디를 변경해 새로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은 아이디를 변경하는 회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싱글 사인 온은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스톱 인증 기술’로 인터넷 세상에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단일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원하는 시스템과웹 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자신문 인터넷부 강병준 기자

입력시간 2002/02/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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