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F-X 선정은 투명하게 해야

우리나라 국방 전력의 핵심인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을 놓고 미국 보잉사와 프랑스 다소사가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특정업체를 위해 평가 기준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공군 F-X시험 평가단이 2000년 8월~12월 미국 F-15K, 프랑스 라팔, 유럽 4개국 EF(유로파이터)-2000, 러시아 Su(수호이)-35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시험평가에서 라팔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 불거져 나왔다.

공군 F-X 시험 평가단은 당시 ▦일반 성능 ▦무장능력 ▦항공전자장비 ▦신뢰ㆍ가용ㆍ정비성 ▦전력화 지원요소 등 5개 분야에서 프랑스 다소의 라팔을 ‘우수’ 또는 ‘우수-’로 평가했었다.

라팔은 2월 초 마감 한국방부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41억 달러(5조 3,000억원)로 F-15K(44억 5,000만 달러), 유럽 4개국의 유로 파이터(51억 달러)보다 낮은 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월 15일자 공문에서 현재 0~100점으로 되어 있는 평가 기준을 60~100점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평가기준을 바꾼 것은 지난해 국방과학 연구원(KIDA)이만든 기준이며 평가의 일관성과 이미 부여된 가중치의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하점수를 60점으로 하면 그만큼 기종간 점수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1차 평가에서 1위와 2위의 격차가 3%포인트를 넘을 경우 1위 업체가 선정되지만 3%포인트 미만이면 2차 평가에 들어간다.

때문에 국방부가 지시한 새 기준에 따르면 F-15K가 2차 평가에서 라팔 보다 유리하게 된다. 한미 안보협력과 수출입 비중 등이 주요한평가 항목인 2차 평가에서 F-15K가 정치적인 혜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F-15가 얼마나 우리국방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따져 보자. F-15는 1972년 첫 비행을 시작한 이후 일본 이스라엘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주력기로 활약하고 있으나, 미국은 F-15를 이미 단종하고 차세대 전투기로 F-22를 개발하고 있다.

F-15는 우리에게 차세대이지만 미국에서는 구식인 셈이다. 그렇다고 F-22의 개발을 기다릴 만큼 우리 사정이 한가하지는 않다. 기존 전력 중 F-4D, F-5 등은 공군에서 퇴역하기 일보 직전인 구식기종들이다.

F-16에 이은 새 전투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100% 미국이 제작한 것이다.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각국의 다양한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라팔을 차세대 전투기로 채택하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차제에 우리 공군의기종 변화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현 정권이 임기 말에 꼭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기 도입과 관련 역대 정권이 항상 구설수에 올랐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부장

입력시간 2002/03/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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