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고개드는 경기 과열론

봄기운이 완연하다. 국내외 경제기류도 그러하다. 작년 이맘때 세계경제가 한파에 위축돼 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천기와 경제가 한 동아리로 돌아가는 양태가 확연하다.

오히려 올해는 너무 빨리 ‘여름’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걱정들이 나오고 있으니 시간은 역시 만병통치 약인가 보다. 이번 주에도 돌발적 천재지변이 없는 한 이러한 거시경기의 기조에는 큰 요동이 없을 것 같다.


3ㆍ6 주택안정대책, 부동산 열기 식힐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지난 주 정부가 내놓은 3.6 주택안정대책이 부동산시장 흐름에 얼마나 작용할지, 나아가 이것이 거시 경제 전반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예측해 보는 것 자체가 경제감각을 키우는데 좋은 교재(敎材)다.

이번 조치로 부동산 열기가 당장은 한풀 꺾일 것이 확실하지만 그것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장기적 약효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동산시장 위축은 그렇지 않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증시로 시중자금의 물꼬를 열어 불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주택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열기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증시 투자자들로서는 위험한 복병에 대비해야 한다.

금리인상을 포함해 금융정책의 기조가 뿌리째 바뀌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이미 경기과열론이 거세 저금리 등 부양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마당에 3.6대책의 실효성 여부는 앞으로 경기와 정책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관찰포인트다.

물론 지난주 전철환 한국은행총재는 “경기가 과열이 아니다”라며 현 정책기조에 지원사격을 했다. 지난 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현 수준(연 4.0%)으로 동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 정책과 당국자들의 언사는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히듯이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주 증시에 예고된 ‘미증유의 소재’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살펴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이른바 트리플 위칭데이(3월14일)의 도래. 지수선물 옵션 주식옵션 등 세가지 파생상품의 결제일이 동시에 겹치는 트리플 위칭데이는 우리 증시에 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매수차익거래 잔고(9,000억원 가량)가 많은 만큼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 청산물량의 대거 출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 분석이다. 청산물량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가변동성이 커질 위험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아마도 이 위기만 잘 넘기면 주가는 1,000포인트 고지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할 공산이 크다.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협상은 이번 주가 또 한차례 고비다. 미국 현지에서 진행중인 하이닉스-마이크론간 협상에 지난주말 채권단 대표들이 합류해 매각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번 주에서도 가시적 결실을 내지 못한다면 하이닉스매각문제는 정 반대의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국내 지표들이 이번 주에도 여러 개 예고되어 있다. 13일 1월 국제수지 동향(한국은행)과 2월 소비자 전망지수(통계청)가 발표된 데 이어 14일 통계청이 2월 고용동향을 내놓는다. 이런 지표들은 기존 경기부양 정책기조의 타당성을 둘러싼 찬반 공방에 또 한차례 불을 지필 재료다.

14일 전경련 회장단 월례회의에서 재계가 정치자금 및 대선후보들의 공약평가와 관련한 후속 논의가 있을지도 관심사며, 13일부터 산자부 금감원 중진공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들에 대한 현장점검에 관련업계는 초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관측과 설이 난무했던 조흥은행 차기행장의 인선이 15일까지 결정되어야 하며 그밖에 금융계의 인사의 상당부분이 이번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엔화 강세ㆍ국제유가 상승세 지속여부 눈여겨 봐야

해외변수로는 역시 미국 경기다. 지난 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가 확장국면”이라며 침체에 공식적인 종료선언한 만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다.

이번 주 미국의 수입물가동향(14일) 생산자물가지수(15일) 발표는 금리인상 시기를 가름한 주요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핫 이슈다.

일본 내각부가 14일 보고할 ‘3월 월례경제’의 내용도 주목할 대상이다. 지난 주 니혼게이자신문은 이번에 정부가 3월 경기판단을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이렇게 될 경우 일본경제 전망은 2000년 6월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로 반전되는 것이어서 세계경제에 주는 심리적 효과도 상당히 클 호재다. 일본의 설비투자와 개인소비 침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경기회복에 힘입어 수출과 생산등 일부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경기판단의 바탕이 되고 있다.

지난 주 세계를 놀라게 한 엔화 강세가 이번 주 계속 이어질지, 지난 주 22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두바이산)가 세계적 경기 훈풍을 타고 상승세를 지속할 지 여부도 눈 여겨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송태권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2/03/12 13:4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