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당 핵심인물로 떠오른 이수성 전 국무총리

"박근혜는 훌륭한 대통령감"

“애국적인 인사들로 구성될 신당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 국민들은 민족적 분열을 조장한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는 14일 주간 한국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당은 기존 정당을 이합집산하는 식의 인위적 정계 개편이 아닌, 애국적 구국적 의사를 가진 모든 인사들을 총망라해 결집될 것”이라며 “신당은 이르면 4월, 늦어도 7~8월경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전 총리는 “박근혜 의원은 탐욕스런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순수한 애국심을 지닌 차기 대통령 감으로 충분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 박 의원과 창당 후 역할 분담에서 어느 정도 교감이 오갔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 전 총리는 또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밀겠지만 그런 인물이 없으면 혼자라도 국민 후보로 나설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혀 대권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 전 총리는 “개인적 소신으로는 우리 정치 여건상 제왕적 형태의 현행 대통령제는 바람직 하지 않고, 프랑스식 내각책임제나 정ㆍ부통령 중임제가 적절하다”고 밝혀, 신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개헌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이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구국의지로 국민신뢰 얻겠다”


- 박근혜 의원과 신당에 대해 어느 선까지 합의가 이뤄졌나.

“현 시국은 정치적 불신과 모멸감이 극해 달해 국민이 희망을 읽고 방황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신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논의 했다기보다는 구국의 일념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자고 손을 잡았다. 그런 공감대에서 신당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 현재 신당 창당을 통한 정계 개편 논의가 한창인데 정계 개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정계 개편한다는 말 자체를 찬성하지 않는다. 정치 개혁, 정책 쇄신이 중요하다. 정계 개편은 인위적인 의미가 있어 바람직 하지 않다. 현재 정치는 양당 체제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 반 DJ 정서로 반대는 이익보고, 서로 권력 쟁취를 위한 것이지 국민이나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는 반 역사적인 정치 형태다.”


- 정계에 회오리를 몰고 온 박 의원이 탈당 후 이 전총리와 첫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을 밝혔다. 박 의원 탈당 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전혀 없었다. 박 의원과 깊은 이야기를 한 것은 3월 8일이 처음이다. 현 정치 주류 세력들로는 현 국가적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그 자리에서 ‘나라 살리기’에 힘을 합치자고 뜻을 모았다. 박 의원은 탐욕적이고 반민족적인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애국적이고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 이 전 총리는 그간 종종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나.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본래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에 한 때 ‘정치는 안 한다’는 선언을 하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애국심을 가진 세력이 있다면 밀어주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관된 생각이다. 그런 인물이 정 없다면 ‘국민 후보로 나 혼자라도 나가겠다’는 생각이 있다.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나가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도 있다.”


-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적인 생각이 같아 호의적이다. 박 의원은 대단히 애국적이고 순수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적인 기존 정치인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믿음을 갖게 됐다. 박 의원은 진실이 담긴 자기 마음으로 이야기 한다. 그 정도면 함께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이 전총리가 보기에 박 의원이 차기 대통령 감으로 적절하다는 뜻인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 그간 대권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비쳐왔는데 박 후보에게 대권을 양보하겠다는 얘기인가.

“박 의원과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함께 일종의 ‘구국 운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나라가 살아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라가 잘된다면 백의종군할 의향이 있다.”


- 신당이 창당돼서 민주당, 한나라당 후보와 같이 3각 구도로 대선에서 맞선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나.

“절대로 이긴다. 국민이 믿고 지지할 것이다. 한 축에 섞여 민족 분열을 일으키는 세력은 잠깐은 국민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은 그들이 나라를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해서 표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반역사적인 사람이다. 이 사람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없다.”


- 이 총재가 추진하는 정치 쇄신에 참여할 세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자신보다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애국적인 사람, 부패하지 않고 청렴한 사람, 정직한 사람들이다. 기존에 잘못한 정치인도 자신을 반성하고 사람은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분열이다.”


- 박 의원은 기존 정당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 그렇다면 이 전 총리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인가.

“기존 정당을 이합집산하는 것은 인위적 정계 개편처럼 보일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정당 자체는 곤란하지만 그 정당에 소속된 사람들은 뜻만 맞으면 받아들일 수 있다. 정치를 안 해 본 사람도 환영한다. 근대화세력, 민주화 세력, 중도세력, 온건 보수, 점진적 진보세력 등 모두 합쳐야 나라가 산다.”


“신당, 늦어도 7~8월엔 윤곽 드러낼 것”


- 신당 창당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가 있는데 구체적인 창당 시기는 언제로 보나.

“신당 창당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아 정확하기 알 순 없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협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이르면 4월, 늦어도 7~8월 경에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오랜 동안 구상해온 온 정치 개혁 복안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지금 구체적으로 밝히긴 힘들지만 솔직히 국내 정치 수준으로 볼 때 현재의 제왕적인 대통령제, 제왕적인 정당 운영 체제는 적절치 못하다.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헌법에는 역할 분담이 분명히 적시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식 내각제나 정ㆍ부통령 4년 중임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JP의 순수 내각제와는 차이가 있다. 남북 분단과 의회가 청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순수 내각제는 위험하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그간 신당은 포말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 일부에서는 신당의 이념이 ‘개혁’인데 반해, 참여 ‘인물’은 주로 영남권 구세대여서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어느 정당이든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총재는 권력욕이 빠져 협량해지면 안 된다.

오히려 ‘이회창 당’이 국민적 지지를 잃어가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국민이 불편하지 않게 점진적이고 온건적인 개선을 해 나갈 것이다. 참여하는 인사도 영남권만이 아닌 모든 지역의 각계 각층들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 모 언론에서 이 전총리가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불행해 진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어떤 의도입니까.

“공식 석상에서 그런 말을 한 적 없다.이회창이든 이인제든 민족의 분열을 책동해서 표를 얻고자 하는 축에 있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불행해 진다는 뜻이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20 17:5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