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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위성복 ·홍석주 체제로

조흥은행, 위성복 ·홍석주 체제로

3월9일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만나, 행장사퇴 의사를 최종 통보했고, 3월12일 조흥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위 행장의 후임으로 홍석주 상무를 낙점했다. 언뜻 보면 연임 불가를 내세우며 위 행장을 압박해온 정부의 KO승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선 위 행장이 물러난 것이 아니라 이사회 회장으로 승격됐다는 점이다. 위 행장이 맡게 될 이사회 회장은 기존 이사회 의장과는 격과 권한이 다르다.

조흥은행 이사회는 홍 상무를 후임 행장으로 추천한 그날 이사회 의장과 관련된 정관을 개정했다. 비상근 이사회 의장을 상임회장으로 격을 높이는 한편, 분기마다 한번씩 이사회 의장 주관으로 열리던 확대이사회(행장도 참석)를 매달 열기로 한 것. 마음만 먹으면 은행장을 포함, 집행 임원들을 감시ㆍ견제하는 상임회장의 역할을 십분 활용,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신임 행장에 외부인사도 아닌 26년동안 자신이 키워온 내부 인사가 임명됐다는 점도 위 행장으로서는 안심된다.

오히려 위 행장이 홍 상무를 차기 행장으로 적극적으로 밀었다는 게 정설이다. 홍 상무는 이번에 부행장으로 승격된 홍칠선 상무와 함께 위 행장의 오른팔이었다. 홍 행장 내정자도 자신을 키워준 위 행장의 뜻을 대놓고 거역할 수는 없는 처지다.

정부는 당초 이 자리에 외부인사를 앉히기 위해 무진 애를 써왔다. 이정재 전 재정경제부 차관, 전광우 우리금융 부회장 등과 접촉했지만 본인들이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부는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위성복-홍석주 체제’를 용인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언론이 관치시비를 제기하고 나설 때마다 조흥은행 측의 언론 플레이라며 위 행장을 압박했지만, 결과적으로 위 행장의 전략이 이긴 셈이다.

사실 정부에 대한 위 행장의 판정승은 이번만은 아니다. 본점 이전 건만 해도 그렇다. 1999년 11월 조흥은행은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2001년까지 본점을 중부권으로 이전하겠다’는 내용을 MOU(양해각서)에 체결했다.

위 행장은 충청권의 중심인 대전과 조흥은행이 합병했던 충북은행 본점이 있었던 청주 등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로부터 엄청난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위 행장이 선택한 카드는 ‘분명히 옮긴다.

다만 옮길 곳을 금감위가 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작년말 위 행장은 이근영 금감위원장에게 공을 넘겼고, 이 위원장은 최근 본점 이전시한을 올해말로 한해 연기했다. 정부 스스로 선거를 의식, MOU사항을 어기게 된 것이다. 이것이 위 행장이 거둔 두번째 판정승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의 진검승부도 있었다. 1998년 11월 당시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강원ㆍ충북은행과의 합병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취임 100일도 안된 위 행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각별한 관계였던 이강륭 부행장을 밀려는 시도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광주고 출신인 위 행장은 퇴임 5개월만인 99년 4월 정치권과 노조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행정부와 청와대 경제 파트에선 위 행장 불가론을 폈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이헌재 위원장도 어쩔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위 행장은 은행 경영에 관한한 다시 나오기 힘든 사람으로 꼽힌다. 그를 아는 사람은 한결같이 탁월한 위기관리능력과 의리, 추진력을 높이 산다.

위 행장은 홍석주 상무의 발탁을 두고 “38년간의 은행 경험을 바탕으로 홍 상무를 도와줄 뿐”이라고 말했지만, ‘위성복-홍석주 체제’가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 지, 금감위와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 지 두고볼 일이다.

입력시간 2002/03/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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