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위험한 비즈니스…인공수정

저체중 위험·기형아 출산율 정상임신 2배 높아

인공 수정이 아기의 유전자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고 의사들은 믿어 왔으나, 지금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첫번째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난지 24년이 지난 오늘까지 수천 쌍의 부모들은 IVF (in-vitro fertilization)이라고 불리는 시험관 수정이 유전자에 아무런 위험을 주지 않는다는 과학자들의 말에 안심해 왔다.

정자가 난자를 어떤 방식으로 만나든, 그러니까 여성의 체내에서 만나든 시험실 접시 위에서 만나든, 심지어 정자가 난자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인공적인 도움을 받든, 심각한 유전자 변인을 일으키지 않도록 보호하는 생명력이 작용한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험관 아기들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 1980년대 초 매년 수백 명에 불과했던 숫자가 오늘날에는 수만 명에 이르게 됐다.


심장·콩팥 등 장기에 결함 가능성

그러나 지난 주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두 편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영국과 호주의 의사들이 발표한 첫 번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관에서 수정된 아기와 좀더 적극적인 형태의 인공 수정인 직접 주사법(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을 통해 수정된 아기들이 심장과 콩팥 등에 결함이 있는 기형아로 태어날 위험은 8.6%로, 정상적으로 수정된 아이들의 4.2%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방역센터(U.S.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실시한 두 번째 연구에는 ART(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로 불리는 방법이 동원됐는데 인공 수정된 아기들이 정상적으로 수정된 아기들에 비해 저(低)체중이 될 위험이 2.6배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저체중은 심각한 심장 기형과 연관이 있다. 출산시 기형 연구에 권위가 있는 영국의 제니퍼 쿠린주크 박사는 “우리의 연구가 확실한 결론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부모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연구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많다. 예를 들어 저체중 태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인공 수정된 아기들의 부모가 대체로 고령이며, 인공 수정을 통해 세상에 나온 신생아들이 쌍둥이나 세 쌍둥이 같은 다(多)태아 형태가 많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정상 임신된 아기들에 비해 저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가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은 대체로 고령일 뿐만 아니라 ‘불임 부부’들이라며 정상적인 임신이 가능한 부부들과 똑같이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콜로라도 임신 의학 센터의 윌리암 스쿨크래프트 박사는 “완전히 다른 두개의 그룹을 비교하는 것”이라며 “불임의 병을 갖고 있는 여성과, 병이 없는 건강한 여성을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뉴욕대 의대 산하 임신내분비학 분야의 책임자이며 인공임신기술학회 회장이기도 한 제이미 그리포 박사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기록 중 단순하게 저체중만을 문제 삼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인공수정 때문에 저체중이 생겼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왜 저체중이 발생했으며, 저체중으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등 전후 사정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관 수정 방법인 IVF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뉴저지주 리빙스턴 바나바스 병원의 리차드 스콧 박사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신생아는 정상적인 신생아보다 저체중 상태로 세상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다태아는 심각한 저체중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미국 방역센터의 연구결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논박하고 있다.

만약 인공 수정 기술이 유전자 변이를 야기시킨다면, 다태아의 경우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해야 하는데도 방역센터의 연구결과는 이와 반대란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선행 연구들이 시험관 아기와 정상적인 성관계를 통해 임신된 아기들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불임 연구 전문가인 스탠포드 대학의 데이비드 아담슨 박사는 불임을 방지하는 약들은 난소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1992년 연구 결과를 상기시켰다. 뒤이은 연구들이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으나, 그 이전에 벌써 수천명의 여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연구결과를 대중에게 발표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수정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들이 유전상의 심각한 결함을 갖고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현재의 연구 결과가 신뢰도를 쌓으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벌써 인공수정과 관련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된 아이들의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위험하다는 개연성은 있으나, 위험도는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아기에 대한 열망으로 위험 감수

설령 위험도가 현재 의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의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기들의 91%는 완벽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갖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이 수치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다.

뉴욕 장로교 병원의 불임 프로그램의 소장인 제브 로젠와크 박사는 서슴없이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커플에게 아예 아기를 포기하겠느냐, 아니면 건강한 정상아로 태어날 90%의 확률을 갖고 시험관 아기를 갖겠느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기를 갖는 쪽으로 결정할 것이다.”

비영리단체인 미국 불임협회 파벨라 매드슨 회장도 같은 의견이다.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은 인공적인 도움을 얻어서라도 간절히 아기를 갖기를 바라며, 그에 따르는 어떠한 불편이나 위험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사람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기를 갖고자 하는 열망은 매우 강렬한 것이어서, 만약 9개월 동안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해도, 아마 그들은 물구나무를 서려 할 것이다.”

정리 =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3/2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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