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 꽃 우리 식물] 복수초

온 대지에 훈풍이 가득하다. 봄이다. 산으로 들로 나가면 얼었던 땅이 녹고 솟아오르는 새싹들의 외침으로 땅이 들썩이는 듯 싶다.

봄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봄을 가장 부지런하게 그리고 가장 밝은 모습으로 맞이하는 이 땅의 우리 식물이 무엇일까? 잠시 고민했지만 '복수초(福壽草)'가 금새 꼽혔다. 그리고 처음 연재를 시작하는 이 칼럼의 독자들에게 이름 그대로 복받으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그 특유의 환한 얼굴로 첫 인사를 드린다.

사실 그 동안 가장 먼저 꽃을 피워 꽃소식을 전한 식물은 매화나 동백나무였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그 자리를 우리 꽃 복수초에 내어주고 있다. 매화는 고향이 의심스럽고 동백나무는 겨울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2월말이면 반질반질 예쁜 꽃송이를 피기 시작하여 봄소식과 함께 올라와 중부지방에서 4월까지 꽃구경이 가능한데다가 때늦은 눈이라도 내리고 나면 눈 속에 피어난 복수초까지 볼 수 있으며 예쁜 모습으로나 좋은 이름의 의미로나 새로운 시대의 봄의 화신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복수초는 일찍 핀다는 매력이 아니더라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밝아질 만큼 아름다운 생김새를 가졌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서 암갈색 수염을 많이 달고 있는 굵고 짧은 뿌리를 땅에 박고 겨울이 가기를 기다리다가 미처 봄이 오기도 전에 성급한 꽃망울부터 땅 위로 올려 보낸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 쪼이는 어는 봄날,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꽃망울은 커져 그 화려한 꽃잎들을 한껏 벌린다. 이삼십장이나 되는 수많은 꽃잎들이 포개어 달리고 그 사이에는 더욱 밝고 선명한 노란색 수술이 가득 모여 있다. 그 수술 속을 헤치면 도깨비방망이처럼 돌기가 난 연두빛 암술이 자리잡고 있다. 낮에 빛이 있어야만 펼쳐 내는 복수초의 꽃잎은 윤기로 반짝인다

앞에서 이미 말했듯이 복수초라는 이름은 한자로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자, 즉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모두 이 이름을 쓴다. 이른봄 노랗게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면 누구나 축복을 받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밖에 지방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 지는데 땅 위에 꽃만 불쑥 튀어 나온 것이 인성적이어서 땅꽃, 이른 봄 얼음사이에서 피어나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 한자로는 새해(구정)를 시작할 때 피는 꽃이라 하여 원단화라고도 한다.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 하여 설연이란 이름도 있다.

학명 중 속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의 이름과 똑같은 아도니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꽃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복수초는 아무르 아도니스라 불리우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이며 동북아시아, 시베리아, 유럽 등 추운 곳에서 다른 여러 종류의 복수초들이 피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복수초만은 그 색이 붉은 빛이어서 구별이 가능하다. 꽃말은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이고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다.

복수초는 마당은 물론 화분에 심어 두고 키워도 아주 좋다. 특히 추운 밖에서 키우다가 따뜻한 곳에 들여 놓으면 보름만에 꽃을 피운다. 때맞추어 선물하기에는 아주 좋다. 문제는 씨앗을 심어 꽃을 피울만큼 튼튼하게 키우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를 못 기다리고 산에서 캐내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한방에서도 복수초를 이용한다. 생약명은 측금잔화인데 꽃이 필 때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햇빛에 말린 후 다려 이용한다고 한다. 식물체내에 배당체 아도닌을 함유하고 있어 심장을 튼튼히 해주고 이뇨효과도 있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움츠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가장 먼저 그 밝은 꽃망울을 터뜨려 봄소식을 전하는 복수초 그래서 장하고 기특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3/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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