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서울과 평양의 봄에는 어떤 꽃이 필까.

‘햇볕 정책의 전도사’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4월 초 평양을 방문한다. 이번 방북은 정체국면에 빠져있는 남북 관계의 향후 행보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사 파견은 무엇보다 지난해 3월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중단 상태인 남북, 북미관계를 정상궤도로 진입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월드컵 대회를 60여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최고위급’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 특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총괄적으로 이끌어왔다. 2000년 6월 분단 사상 첫 남북 정상 회담에 앞서 5월 국가정보원장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고위 인사들을 만나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한 바 있다.

임 특보는 지난해 8ㆍ15 민족공동행사에서 남측 인사들의 돌출행동으로 야기된 비판여론에 따라 국회의 해임건의안 통과로 통일부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대통령 특보로 자리를 옮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왔다.

또 임 특보는 2월 중순 한미 정상회담 때도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 정책을 누그러뜨리는데 주력해 왔다.

임 특보 방북이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 이후 더욱 경색된 북미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 동안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거듭 제의하면서도 북한이 남북간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에 대한 불신을 보여왔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한 것은 비료지원, 식량난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화해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북한의 임 특보 방북 수용은 ‘선남후미’(先南後美) 전략에 따른 것으로, 자신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 가중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일단 벗어나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이 임 특보의 방북을 수용한 것만으로 앞으로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가 급격한 해빙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너무 단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국회의결을 거쳐 통일부 장관직에서 해임된 임 특보의 특사 파견을 놓고 정치권에서 찬반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특사 파견은 김대중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정상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특사를 통해 상대방 정상의 마음을 움직여 보자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이 모든 사안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사를 통한 설득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남북 현안인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육로관광 등이 김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단된 상태인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도 계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물론 4월 말부터 열리는 북한의 아리랑 축전에 우리측의 고위급인사가 참여할 가능성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월드컵 참관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꼭 성사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북한이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얼마나 ‘선물’을 줄지는 미지수다. 또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화해 제스처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서울과 평양의 봄에 어떤 꽃이 필지 주목된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3/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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