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황태자' 이재용 상무보 경영참여 1년

일에 대한 열정 '합격점', 대권승계는 2007년께로 관측

2001년 4월2일 아침 7시30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로비.

단정한 머리에 검은색 양복과 은색 체크 무늬 넥타이를 한 귀공자 스타일의 한 젊은이가 경호를 받으며 바쁘게 현관 문을 들어섰다. 한 차례 주위를 둘러 본 그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민첩하고 당당하게 미리 대기중인 엘리베이터에 올라 경영기획 팀 사무실이 위치한 25층으로 향했다.

삼성전자 상무보인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34)씨가 삼성본관으로 출근, 경영에 참여한지 1년째를 맞는다.

지난 1년간 삼성의 ‘젊은 황태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이 상무보는 해외 사업장 방문 등 공식적인 스케줄과 경영수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근황 외에 그의 행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만큼 삼성 내부에서도 언론에 노출되거나 재계 호사가들의 입담에 오르는 것에 대해 극히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내부에서 조차도 ‘황태자’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겸손한 자세등으로 주위에 호감

그러나 비록 그의 작은 표정이라도 그의 인간 됨과 스타일에 대한 얘기는 삼성 가에 빼놓을 수 없는 큰 화제거리다. 출근시간 일반 직원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하며 일반 엘리베이터에 동승, 고개를 낮출 줄 아는 겸손한 자세.

임직원과의 회식 자리에 참석해 함께 어울려 폭탄주를 마시며 돌출적인 발언이나 행동보단 듣는 것을 즐기는 예의 바른 태도.

아버지 이 회장과 비슷하게 특정 현안에 대해선 실무자를 직접 찾아가 집요할 정도로 치밀하게 파고드는 그의 면면 등을 바라보는 ‘삼성맨’들은 티 나지 않게 조직에 동화하려는 그의 노력과 배움에 대한 열정에 대부분 호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는 재용씨에 대해 상무보라는 직함보다는 ‘JY’라는 이니셜 호칭을 붙이는 것이 이미 일반화 돼있다”며 “그 만큼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 가(家)의 3세 후계체제를 이어갈 주역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경영에 참여한 지 만 1년째가 되는 JY의 ‘경영수업 성적표’와 향후 행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무난한 조직생활이나 일에 대한 진지한 열정 등을 고려할 때 JY의 ‘경영수업 1년’은 일단 합격점 이라는 게 주된 평가다.

그 동안 비록 e삼성 지분의 계열사 인수문제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인수로 불거진 편법증여 논란으로 입사 첫 해부터 이미지 구축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JY의 후계수업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 신임 임원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회사 생활을 출발한 그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에서 주요 현안 파악과 해외사업 현장 실습에 주력해왔다.

경영참여 직후인 지난해 5월 오지(奧地)인 브라질 마나우스공장 출장에 나선 그는 자신의 생일과 추석연휴 기간에도 말레이시아 전자복합단지와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각각 방문하는 등 활동적으로 해외사업장 방문에 100일을 소요했다.

또 수원과 기흥공장 등 국내 전사업장을 방문해 현장감을 익히는 한편 사업부별 회의에 참석해 업무파악 범위를 넓히고 삼성경제연구소와 금융연구소 관계자들과 매주 경제 전반과 금융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등 현황 파악 중심의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 삼성증권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등은 이 상무보가 주요 경영현안을 듣고 논의하는 핵심 인사들이다.


"2007년 대권승계" 관측

이 상무보는 올 1월 인사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일단 승진대상에서 제외됐다.이재현 제일제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전무 등 재계 2, 3세대들이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같이 한 템포를 늦춘 배경에는 삼성 내부적인 의견수렴보다는 참여연대와의 법적 소송 등 외부요소를 더 의식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보인다.

하지만 재계는 삼성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정기인사에서 이 상무보를 2단계 이상(전무 혹은 부사장) 승진시키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한층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45세인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것을 고려해 볼 때, 이 상무보가 40세가 되는 2007년에 가서 자연스럽게 대권을 승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28 15:44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