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가시밭길 첫발

3월 23일 출범 강행, '태풍의 눈' 으로 떠올라

조합원 35만명의 공무원 노동조합이 등장했다. 현재로서는 법외 노조이고 조직이 양분돼 있지만 한국노총이 72만명 민주노총이 41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제3의 노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여기에 이미 설립된 공공노조 32만명과 연합한다면 민주노총보다 더 큰 규모가 된다.

3월 23일 출범식을 강행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과 3월 16일 출범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대한공노련)이 태풍의 눈이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파업을 한다면?” “공무원 임금은 예산에서 지급되는데, 그렇다면 공무원 노조는 임금 협상을 정부와 해야 하나, 국회와 해야 하나” 등 수 많은 의구심 속에서 공무원노조는 이제 현실이 됐다.


정부 “노조는 허용하되, 단결권만 인정”

공무원노조 허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국제노동기구(ILO)의 단골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8년 노조허용의 1단계로 단결권을 허용해 각 기관장이 4급 이상인 기관의 6급 이하 공무원들은 직장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노사정위원회가 주축이 돼 공무원노조법안을 준비해왔다.

최근 정부는 관련부처 단일안을 만들어 노사정위에 제출했는데, 골자는 노조 허용을 3년간 유예하되 일부 부정적인 국민여론을 감안해 올해는 노조라는 명칭 대신 공무원단체나 조합이란 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또 노동3권 중에서는 단결권과 보수 등 근무조건에 대한 부분적인 단체교섭권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노사정위에서 공무원노조법안이 만들어지더라도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1당인 한나라당이 공식 당론을 정하진 않았지만, 소속의원의 대다수가 공무원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공무원노조 문제는 정부와 공무원 단체가 한마음에 돼 추진해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한데, 법외노조 출범 강행으로 정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고 답답해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공무원노조 “노동3권 완전보장”

공무원들은 직장협의회 허용이후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이라는 전국조직을 2000년에 결성했고, 2001년에는 노동3권 완전보장을 요구하는 세력이 전공연 해체를 주장하며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을 결성해 지금에 이르렀다. 대한공노련은 전공연이, 공무원노조는 전공련이 주축이 된 조직이다.

양대 공무원노조 모두 노조 명칭 사용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으나, 노동권 인정범위나 시행시기 등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슈인 노동권 인정범위와 관련해 공무원노조는 노동관련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완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한공노련은 단결권과 협약체결권이 보장되는 단체교섭권만을 요구한다. 시행시기에 있어서도 공무원노조는 즉시, 대한공노련은 2003년으로 유예기간 1년 정도를 주장하고 있다.

가입대상도 공무원노조는 전 공무원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공련은 ‘공안직ㆍ관리직을 제외한 6급이하’라는 정부안에 동의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노조 OK’, ‘단체행동 NO’

우리나라 행정체계의 주된 비교대상인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는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노동3권의 허용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단결권의 경우 영국이나 독일, 미국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프랑스와 일본에서는 경찰 군인 등에는 단결권을 주지 않고 있다. 또 프랑스 미국 일본에는 단체 교섭권이 있으나 영국이나 독일에는 교섭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현재 공무원노조 결성의 쟁점이 되고 있는 단체행동권의 경우 외국에서도 완벽하게 허용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일본과 미국은 파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인정되지 않으며, 프랑스는 파업을 한 경우 행정처벌이 가능하고 경찰ㆍ군인 등 특정 공무원에 대해서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74년 노동조합·노동관계법을 제정한 영국은 공공부문 노동자도 민간과 똑같이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특정사업부문은 별도의 규정을 두고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파업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행정상 징계를 하거나 관련 공무원이 소속된 조직을 고소하는 식으로 파업권을 제한하고 있다.


“공무원 법외노조 처벌할 법이 없다”

정부가 공무원 법외노조 설립과 관련 주동자 및 적극가담자를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일부 법학자들이 이들을 처벌할 법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가 노조지도부를 처벌하겠다는 법의 근거는 공무이외에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과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

그러나 국민대 법학과 이광택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이 1971년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법 제9조에 의해 효력이 정지됐다는 지적을 했다”며 “이 조항에 따라 처벌한다면 위헌이 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같은 이유에서 정부가 공무원의 노동권을 부분 인정하는 것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외노조를 설립한 공무원들이 범법행위를 한 것인가, 이들을 엄단한다는 정부가 범법행위를 한 것인가. 국민들의 걱정스러운 시선 속에서 공무원노조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본격적인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영오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28 15:53


정영오 사회부 young5@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