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105일…성과와 과제] 특검이 힘 앞에 권력도 비켜섰다

대어급 줄줄이 구속시키는 등 "성공적" 평가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3월 25일로 105일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11일 출범한 차 특검팀은 ‘수사해봐야 특별한 게 없을 것’이라던 검찰 주변의 우려에 대해 보란 듯 굵직굵직한 수사결과를 내놓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특검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씨,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등이 줄줄이 구속됐고, 신 전 총장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이 낙마하고 검찰에는 인사태풍이 몰아쳤다.


검찰 수사를 무색하게 한 성과

수사개시 20일만에 특검팀은 한국전자복권과 리빙 TV의 전직 간부들의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내며 이용호씨 로비의혹의 윤곽을 잡아갔다.

특검팀은 신 전 총장의 동생 승환씨를 이씨의 로비스트로 규정하고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신 전 총장의 낙마를 초래한데 이어 승환씨가 검찰 간부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일부 검사들에게는 전별금까지 전달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신 전 총장의 동생 승환씨가 이용호씨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돼 모두 6,666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승환씨를 조사하고도 “월급이나 스카우트 대가로 돈을 받았을 뿐 로비 대가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승환씨가 이 돈을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로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고 승환씨를 전격 구속했고 이는 결국 신 전 총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특검팀은 승환씨가 누나 승자씨를 통해 안정남 전 국세청장에게 세금감면을 알선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채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도 밝혀냄으로써 “승환씨의 계좌추적 결과 의심가는 금전거래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던 검찰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특검팀은 이어 지난해 이용호씨 구속이후 잠적했던 핵심공범 김영준씨를 끈질긴 추적끝에 전격 검거하는 뜻밖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보물발굴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만 무성했던 이형택씨가 보물사업 지분 15%에 대한 대가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보물발굴 사업지원을 요청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으며, 이 과정에서 이기호 전 수석이 이씨를 고 엄익준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연결해준 사실이 밝혀져 경질됐다.

또 민주당 김봉호 의원이 이용호씨로부터 영수증 처리 없이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한때 정치권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동교동의 영원한 집사’로 통하던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이용호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특검팀에 구속되면서 항간에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고 사건은 사실상 ‘이수동 게이트’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검팀은 이수동씨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군 수뇌부과 방송국 인사청탁 서류, 언론개혁 문건 등을 발견하는 등 그가 이권과 국정에 개입한 단서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수사 막바지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고교 동기인 김성환씨의 차명계좌에서 5,800만원이 이수동씨를 비롯한 아태재단 관계자들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 본격 추적에 나섰으나 시간에 쫓겨 사건은 검찰로 넘겨지게 됐다.


풀지 못한 의혹들

이용호씨와 김영준씨가 주가조작 등으로 챙긴 수 백억원의 행방이 속시원히 규명되지 못했다. 이씨가 차명계좌에 숨겨놓았다는 얘기도 있고,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소문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사실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검수사 막바지 이용호씨가 지난해 5월부터 골프 옷가방에 1억원씩을 담아 가지고 갔다는 여직원의 진술이 있었지만 정ㆍ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용호씨가 주가조작으로 챙긴 돈이 이형택씨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에도 심증을 굳히고 이형택씨 가ㆍ차명 계좌 흐름을 추적했지만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

이형택씨가 국정원과 해군 등에 보물사업 지원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이 이기호전 수석의 도움만으로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점도 풀리지 않았다.

이형택씨의 수사중단 압력의혹은 이씨가 신 전 총장에게 동생 금품수수 사실을 이용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신 전 총장이 강력히 부인하는 데다, 피해자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의혹만 제기된 채 마무리됐다.

이수동씨의 국정. 이권개입 의혹과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상황 누설의혹, 김성환씨의 차명계좌 및 돈 거래 의혹 등은 막판 수사 기한과 범위의 벽에 부딪친 채 검찰수사로 넘겨지게 됐다.


검찰로 넘어간 특검팀의 수사

검찰의 1차 과제는 일단 특검팀이 끝내지 못한 계좌추적 작업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그 동안의 숱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용호씨와 김홍업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고교동창인 김성환씨 등 사건 관련자들의 차명계좌 추적작업을 끝내지는 못했었다.

이 부분은 이씨 등 벤처 기업인의 돈이 아태재단을 거쳐 여권 인사들에게 건네졌다는 ‘이용호 게이트’ 의혹의 핵심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이씨와 별도로 김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한 뒤 김 부이사장 등에게 청탁성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의 국가기관 인사 등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특검팀은 이씨 자택에서 해군 참모총장 등 군수뇌부와 공영방송 인사청탁 서류를 무더기로 발견했으나 수사범위 문제로 수사를 벌이지 못했다.

만일 검찰 수사과정에서 인사 청탁자들이 이 전 이사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거나 이 전 이사가 검찰 등 다른 국가기관 인사에도 개입한 흔적이 포착될 경우 사건은 급속히 ‘이수동 게이트’로 비화할 전망이다.

이 경우 이 전 이사의 자택에서 함께 발견된 언론개혁 및 정권재창출 문건과 맞물려 아태 재단 및 여권 핵심인사로까지 수사망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전 이사에 대한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기밀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도 관심거리다. 특검팀은 통화내역 추적 결과 신승남 전 총장과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지난해 11월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 전 이사의 함구로 수사를 끝내지 못했다.

이 부분은 특히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조사라는 민감성이 있어 검찰이 어떤 해결방안을 찾아낼 것 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씨가 황낙주 전 국회의장 등 구여권 인사에게 금품전달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황 전 의장에 대한 자금전달 여부도 불투명한데다가 자칫 야당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씨의 광범위한 로비의혹을 구체화하는 중요단서라는 점에서 조사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검-특검 주요 수사결과 비교

┌────┬──────────────┬───────────────┐ │ │ 대검 │ 특검 │ ├────┼──────────────┼───────────────┤ │ │- 이용호 계열사 사장으로 │- 로비스트로 고용된 것 │ │ │고용된 것 │- 로비사실 및 받은 돈의 │ │ 신승환 │- 받은 돈은 월급 등이며 로비│로비대가성 인정됨 │ │ │대가 아님 │- 감세청탁 대가 1억원 수수 │ │ │- 무혐의처리 │- 구속 │ ├────┼──────────────┼───────────────┤ │ │- 이용호측과 보물발굴 사업 │- 청와대.해군 상대 보물발굴 지│ │ │자들 연결시켜줬으나 그 이상 │원로비 등 사실상 사업지휘 │ │ 이형택 │개입사실 없음 │- 사업지분 15% 취득, 이용호 │ │ │- 관여대가로 받은 것 없음 │에게 부동산 시가 2배에 넘김 │ │ │- 무혐의처리 │- 구속 │ ├────┼──────────────┼───────────────┤ │ │- 5천만원 수수사실 못밝혀냄 │- 5천만원 수수 │ │ 이수동 │ │- 금감원 상대 로비의혹 있음 │ │ │ │- 구속 │ ├────┼──────────────┼───────────────┤ │ 기타 │- 김영준.정상교 검거실패 │- 김영준.정상교 검거, 구속 │ │ 인물 │- 이기주등 혐의 못밝혀냄 │- 이기주등 혐의규명, 구속 │ └────┴──────────────┴───────────────┘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3/28 19:14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