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뒤집힌다고?] 인터뷰/ 노무현 후보

"경선 후 정치개혁 반드시 한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노무현(56) 고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계 개편에 대해 “앞으로 YS에 제스처를 보낼 예정”이라고 구상을 밝히면서 “그러나 오해 소지가 있어 그 시기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오래 전부터 밝혀 왔던 정치적 소신이 경선이 시작된 이후 문제가 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런 음해를 막기 위해 당분간 정계 개편론은 자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그러나 “국민적 열망인 정치 개혁은 반드시 이뤄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노 후보와의 일문일답.


“현행 지역구도, 정책구도로 바꿔야”


- 정계 개편 발언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지금의 정치 구도로는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없는 만큼 현행 지역 구도를 정책 구도로 바꾸고 민주 세력, 개혁 세력, 통합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세력이 하나가 돼 대선 본선에서 구정치 세력인 한나라당에 승리를 거두자는 뜻이다. 나의 정계 개편론은 민주당 확대 강화론이다.

지금은 불필요한 오해가 많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때까지 말을 아끼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 최근 한 TV 토론회에서 정계 개편과 관련해 ‘YS에게 제스처를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를 밝힐 수 있나.

“아직까지 YS측에 어떠한 제스처를 취하진 않았다. 경선이 끝나 후보가 결정되면 그 때 가서 나설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YS 쪽에서도 본인의 생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경선 도중에는 공연한 오해 생기고 상대 후보로부터 공격을 당할 소지가 있어 가급적 자제할 생각이다.”


- 최근 경남의 한 지구당에서 `야당 의원들과 통화가 시작됐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정계 개편 작업을 개시했다는 말인가.

“당시 통화가 시작됐다는 말한 것은 실제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이것을 일부 언론이 마치 야당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한 것처럼 몰고 갔다.”


- 이인제 후보가 계속 정계 개편을 문제 삼자 이를 당분간 거론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설 의사를 피력했는데.

“본인이 밝힌 정계 개편론은 경선 이전 오래 전부터 제기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을 최근 이 후보와 한나라당, 그리고 일부 보수 언론에 의해 곡해 하고 있다. 의도가 잘못 전달 되느니 차리라 잠시 묻어두는 것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했다.

당 차원에서 논의가 되거나 다른 후보가 제의하지 않은 한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 거론하지 않겠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 개혁을 원하고 있고, 노무현은 반드시 이를 실천할 것이다”


- 이 후보가 한 때 경선 포기를 생각할 무렵, ‘마라톤이 반드시 끝까지 가야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후보를 조기 선정하고, 지자체 선거에 나서자는 발언했는데.

“아직 정동영 후보가 남아 있고, 전체 경선 투표율이 과반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조기 후보 확정을 주장한 것은 다소 이른 판단이었다고 인정한다. 그 부분은 정 후보에게 공식석상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사퇴로 경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 굳이 큰 자금을 들여서까지 형식적 절차를 걸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경선이 다시 정상화돼 다행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색깔론 제기, 이해할 수 없어”


- 광주 경선 이후 예상을 뛰어 넘는 '노무현 돌풍’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본인은 영남 출신이다. 그런데 광주 시민은 정치 개혁,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뜻을 갖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개혁의 일꾼 노무현을 선택했다. 현명하고 위대한 결정이다.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동서화합, 국민통합에의 열망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대다수 국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당원, 지지자,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정치 개혁을 이룰 것을 약속한다.”


- 이 후보는 최근 노 후보를 겨냥해 ‘급진 세력에 의한 당의 좌경화를 막겠다’며 경선에 계속 참여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색깔 논쟁에 대한 노 후보의 생각은.

“이 후보가 과연 우리 민주당의 후보인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어떻게 ‘색깔론’을 내세워 경쟁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김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사람들은 그 동안 ‘색깔론’ 때문에 진저리를 쳐 왔다. 어떻게 이 후보는 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이 써 왔던 그런 방식의 이념 논쟁을 들고 나오는 지 알 수가 없다.”


- 이 후보가 노 후보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은 적이 있나?

“이 후보가 주장하는 음모론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김 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 후보는 김 대통령이 여론을 호도하는 잘못하고 있으니 김 대통령 스스로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음모론은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다. 경선 전에 여론조사는 과학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대세론을 주장하던 이 후보가 경선이 시작되면서 판세가 뒤바뀌자 ‘언론사 여론조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말을 바꾸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의 뜻을 존중하기 바란다.”


“노사모에 대해 근거없는 비방 말라”


- 노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인 ‘노사모’의 일부 회원들이 급진적이라는 말이 있다. ‘노사모’를 평가한다면.

“노사모는 우리 정치 사상 최초의 정치인 팬 클럽이다. 노사모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있고, 완전히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단체다.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중산층 서민들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고마운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번 경선에서의 선전에는 노사모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오직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근거 없는 비방은 말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노사모가 경선 때 고급 호텔에서 투숙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 무근이다.”


- 정계 안팎에서 김중권 고문의 후보 사퇴가 의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김 고문이 왜 사퇴했다고 생각하며, 김 고문의 사퇴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김중권 고문처럼 경륜과 덕망 있는 분이 중도 사퇴한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경선과정에서 김 고문이 보여준 선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 고문이 비록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정권 재창출을 꼭 이뤄야 할 중요한 국면에서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높은 경륜을 발휘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김 고문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광주의 선택'을 언급하면서 동서화합과 국민 대통합을 강조한 뜻을 우리 모두 깊이 새겨야 할 것으로 본다.”

전주=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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