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초저금리가 가져온 후유증

우리 경제는 현재 확연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과열과 일부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정도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상황을 두고 정상적인 경기회복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수출과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소비만이 경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만 가지고 이 만큼의 경기 상승세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투자까지 살아난다면 경기과열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비록 소비가 주도하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1998년 중반부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이 소비를 확대시킨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초저금리는 불안정하나마 경기회복에는 기여했지만 그로 인해 여러 가지 후유증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일부 자산가격의 버블을 가져왔다. 은행예금 금리가 연 5%수준에서 일반인들이 안전성만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세금을 제하면 연 4%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1억원을 맡길 경우 월 35만원정도의 이자를 받게 된다.

불과 4년전쯤만 해도 80∼90만원 받았던 것에 비하면 너무도 적은 액수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부동산과 주식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동성에서 유리한 아파트시장이 우선적으로 과열양상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주택지 등 토지시장으로 전이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작년 10월 이후 외국인들이 시장을 견인하자 연말부터는 개인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여 현재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이미 30% 가량 상승하였다. 불과 3개월 사이에 6년간의 은행이자를 번 셈이다. 이러한 자산시장의 과열은 경기회복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그것이 버블로 이어질 경우 향후에는 경기둔화 내지는 하강의 골을 깊게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갖는다.

특히 아파트 가격의 지나친 상승은 서민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상실감마저 가질 수 있는 점에서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주식시장 역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샐러리맨들을 투기장으로 끌어들일 우려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초저금리는 가계 빚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였다. 98년말에 한 가구당 빚이 1,320만원이었던 것이 2001년말에는 2,330만원으로 불과 3년만에 1,000만원이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가계 빚은 많은 부분이 소비로 이어져 경기상승에 기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가계 빚에 대한 부담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까지 와있다. 당장에 경기상승으로 금리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 경우 빚에 대한 이자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만약 돈을 빌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 경우라면 혹여 자산가격의 버블이 꺼질 경우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금융부실의 증가를 의미하게 된다.

사실 금융기관들은 기업부문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이를 피하기 위해서 보다 안전한 개인에 대한 여신을 경쟁적으로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기관의 선택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기업여신과 같은 동일한 문제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지나칠 정도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은 소비확대에도 목적이 있었지만 투자를 늘리려는 의도가 더욱 강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전과 달리 경기가 확실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투자를 하지 않는 보수적인 경영으로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결국 소비진작으로 경기회복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후유증은 간과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지나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했다. 자연 실세금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초저금리 폐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 되었으나, 금융당국은 경기부양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였다.

현재는 역으로 금리인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를 다소 진정시키고 실세금리와의 격차 해소 등을 위해서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후유증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계 빚에 대한 이자부담 증가, 채권형 펀드 부실화와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인상할 경우 그 후유증에 대한 고려와 대책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입력시간 2002/04/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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