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정상이륙 가능할까?

차기전투기(F-X)사업, 평가기준 변경의혹·압력설등 후유증예고

5조8,000억원 대의 차기전투기(F-X)사업이 각종 의혹 등을 뒤에 남긴 채 드디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가 2년 여에 걸친 평가 끝에 1위를 차지한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대신 2위에 그친 미국 보잉사의 F-15K를 최종 기종으로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4월 중으로 2차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는 1차 평가결과를 무시하고 정책적 고려로 결정하므로 한미 동맹 관계상 F-15K 의 선정에는 이변이 없을 전망이다.

각 언론이 1차 평가 결과에 대해 ‘사실상 F-15K 내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을 때 국방부가 전혀 반박하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라팔사 반발로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그러나 F-X사업이 무사히 비상하기까지는 상당한 후유증이 따를 전망이다. 평가과정에서 불거진 국방부 고위층의 ‘F-15K 밀기 압력설’과 평가기준 변경의혹, 다소 등 경쟁업체의 기종 선정 결과에 대한 반발과 외교적 마찰 등 각종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국방부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압력설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F-X사업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압력설은 군사상 기밀누설 및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전 공군F-X 평가단 부단장인 조주형(공사 23기) 대령이 3월 초 처음 제기했다. 그런데 이번 1차 평가결과가 공교롭게도 그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자 시민단체 등이 이에 강력 반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군 기무사가 조 대령과 기밀누설 혐의로 긴급 체포한 공군 김 모 대령에 대한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다간 “기무사가 ‘압력설’은 조사하지도 않고, 비등하는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품수수를 부각시켰다”는 비난에 휩싸일 개연성도 있다. 평가 방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사활을 걸고 경쟁에 임하고 있는 다소사 등 경쟁 업체들의 대응과 맞물려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소는 1차 평가 결과가 나오자 “예상한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았다”며 ‘국방부의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소의 이브 로빈슨 국제 담당 부사장은 “일단 2단계 평가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나, 1차 평가의 세부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최악의 경우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단계적인 대응방침을 밝혔다.


2단계 평가는 F-15K 밀기

국방부가 제시한 2단계 평가방법은 지난해 12월 28일 국방부 정책회의에서 결정돼 공개되면서 곧바로 ‘F-15K 밀기’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1단계 평가에서 라팔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군 운용적합성과 기술이전 부분의 가중치가 현저히 낮고, 1단계 평가에서 기종간 점수차가 3%이내면 2단계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던 것이다.

더욱이 1단계 평가에서 세부평가 요소들에 대한 배점의 최하점수를 ‘0점 대신 60점’을 적용케 한 것은 국방부가 기종간 점수차이를 좁혀 2단계로 끌고 가려는 ‘고도의 계산’을 숨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2월15일 국방부가 각 평가기관에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 평가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 라팔과 F-15K간의 점수차이가 ‘오차 범위인 3%에 근접했다’고 보도하자 즉시 당초의 방침을 변경, “라팔이 F-15K보다 1.1% 앞섰다”고 서둘러 공개한 것도 이 같은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F-15K가 최종 결정된 후 제기될 문제들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처음 계획한 예산 4조원보다 1조8,000억원이 추가된 예산 확보는 정치권과 국민들에 있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국방부에선 다른 대형무기획득사업을 연기, 이를 충당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들 사업도 군 전력증강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군내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F-15K가 장착할 엔진도 논란거리다. 국방부가 전세계의 모든 F-15E에 장착된 프랫 앤 휘트니(P&W)사의 엔진 대신 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제너럴 일렉트 릭(GE)의 엔진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같은 결정에는 여권 핵심인사의 입김이 개입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때에 따라선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여지도 있다.

여기에다 F-15K의 가격 대비 절충교역 비율이 국방부 기준 70%에 못 미친 64%에 그친 것과 기계식 레이더의 전자식 레이더로의 교체시 추가비용 등 ‘건드리면 터질’문제들이 줄을 잇고 있어 F-X사업이 무사히 이륙할지 주목된다.

권혁범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04 17:52


권혁범 사회부 hb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