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에 색깔을 입히지 말라"

인터뷰/ 명계남 노사모 회장

“노사모는 각성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입니다. 일방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사랑한다며 커밍 아웃한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입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종합 선두에 나선 노무현 후보의 돌풍은 정가에서도 예상 밖의 사건으로 여긴다.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계 사람들은 노풍이 진원지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첫손 꼽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노사모를 이끌고 있는 명계남(50ㆍ㈜이스트필름 대표) 회장은 노사모에 이처럼 정치적 색깔을 입히는 것을 완강히 부인한다.

노사모는 외부의 시각과 달리 국내 처음 태동한 순수한 정치인 팬 클럽일 뿐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노사모 회장인 명씨가 노 후보를 처음 만난 것은 불과 2년 전인 4ㆍ13 총선 직전.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한창 선거 운동에 여념이 없는 노 후보의 유세를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노 후보가 그 선거에서 분루를 삼켰고, 주변에서 동정론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버상에서 노사모가 만들어졌다고 명 회장은 말했다.

“연예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 불려 다니곤 합니다. 저는 5공 때부터 일관된 노무현씨의 정치 소신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친구인 문성근씨와 상의해 ‘마음이 가는 후보에게 가자’고 해서 노 후보의 유세장 3곳에 갔습니다.

이때 노 후보를 생전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선거에서 떨어져 다른 사람들처럼 인터넷에 ‘떨어져 아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많은 네티즌이 공감해 노사모가 탄생했습니다.”

명씨는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 심지어 민주당 중진들 조차 노사모를 잘못 이해해 백안시 하는 것이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사모는 그야말로 가수를 좋아하는 가요 팬 클럽처럼 노무현이라는 한 정치인을 좋아하는 순수한 정치인 팬 클럽일 뿐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가수 팬클럽 회원들이 공연장을 찾아가 그 가수가 인기 차트 1위로 오르길 바라듯, 노사모 회원도 역시 좋아하는 정치인이 경선서 1등을 하라고 외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정치인을 좋아하니까, 오히려 기성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노사모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노사모를 마치 연청이나 나사본 같이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사모와 노무현 선거 캠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완전히 별개입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노사모와 노무현 선거 캠프가 함께 선거 운동을 상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노사모는 누구의 지시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습니다. 오직 사이버 상에서 서로 소식을 전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동호회 입니다. 회원 중에는 민주당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도, 노무현을 1순위로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사모 회원들은 스스로를 ‘각성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라고 말합니다.”


노무현 캠프완 상관없는 자발적 조직

노사모가 노 후보 캠프측의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명씨는 발끈하고 나섰다. 워낙 느슨하고 자발적인 조직이라 그런 외부의 간섭이나 도움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노사모를 적대시 하는 사람들의 음해’라고 단언했다.

“대전 경선 때 노사모 회원들이 노 후보의 도움으로 고급 호텔에서 묵었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습니다. 모사모는 자발적인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대전 경선 때 저와 노사모 회원 30명은 바퀴벌레 나오는 싸구려 여관에서 잤습니다.

타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밥값 대주고 있을 때, 노사모 회원들은 밥값을 더치 페이로 걷고 있었습니다. 제주 경선이 끝나고 꼭 한번 노사모 회원들과 노무현씨가 함께 저녁을 먹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어떨 때는 오히려 노사모가 노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명씨는 노무현 후보가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꾸밈이 없는 소박함과 진솔함, 그리고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는 사람이라는 점이 매력이 갔다고 털어 놓았다. 기존 정치인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점이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간 자신의 입지적 성공이나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대하려는 정치인만 봐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지역 갈등 해소나 개혁, 민주, 국민통합 같은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보다는 이것을 오히려 이용해 왔지요.

하지만 노 후보는 자신의 이익을 팽개치고 이런 것들과 올곧게 싸워온 유일한 정치인 입니다. 이런 점이 매력적이지요. 솔직히 말해 지난번 종로에서 나와도 될 사람이 부득부득 우겨 부산에 내려가서 출마해 보기 좋게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다 바보라고 했지요.

부산 친구들까지 왕따를 시키고… 왜 그렇게 했겠습니까? 저 같은 사람은 흉내도 못 낼만한 일입니다. 그런 우직함과 배짱에 끌린 것입니다.”

명씨는 노사모가 경선 장에서 구호를 외쳐대며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빌미 삼아 운동권과의 연계를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스스로 경선과 정치를 즐기기 위해 온 것이고, 딱딱하고 어색한 경선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즐기자는 뜻이라는 것이다.


난 영화판서 놀 사람, 음해 말라

주변에서 노사모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명씨는 무척 곤혹스러워 했다. 자신은 정말 아무런 사심이 없다는 점을 몇 번씩 강조했다.

“한마디로 기가 막힙니다. 저는 정치를 할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하라고 해도 안 합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내와 비전, 정치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만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제 영화사가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빨리 경선이 끝나면 돌아가서 영화로 대박 터뜨려야 합니다. 얼굴 팔렸다는 것 때문에 주제 넘게 뛰어 다녔지만 정치적 야심을 진정 없습니다. 물론 제가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노 후보가 제 얼굴이 필요하면 활용해 보라는 뜻으로 뛰어 다닌 것은 사실입니다.”

명씨는 스스로를 ‘정치와 언론 혐오주의자’라고 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상당한 피해 의식이 있어 보였다. 그는 발표 저널리즘을 이용한 일부 후보들의 행태를 지적하며 언론도 사실을 확인하고 실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것도 폭력입니다. 솔직히 언론도 민주당 경선을 즐기고 있어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조작이 분명한 것을 언론 매체가 그대로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잘못된 것이라고 부인하면 면죄부가 되겠지만 그 보도를 읽고 표로 행동에 옮긴 결과는 과연 누가 책임집니까. 정치인도 언론도 자중해야 합니다.”

명씨는 요즘 몸은 힘들지만 신이 난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1만 명에 그쳤던 노사모 회원 수가 광주 경선 이후 하루 1,000여명씩 급증, 현재 2만7,000명으로 늘었다. 노풍이 거세지면서 경선 현장을 찾는 회원 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명씨는 30~40대 중년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며, 직업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고 귀뜸했다. 그는 노사모의 팽창은 정당이 싫어 정당에는 가입하지 않고, 개혁과 지역 통합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노사모의 인기를 설명했다.


정치인 팬클럽 활성화 바람직

명씨는 앞으로 바람직한 정치인을 살리기 위해 국내에서도 정치인 팬클럽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명씨는 GT클럽(김근태 팬클럽)이나 추사모(추미애를 사랑하는 모임)에도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쪽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광주 경선 후 주변의 질시가 심해 명 회장을 비롯한 노사모 회원들은 한때 노사모 해체를 논의 했다고 했다. 노사모를 마치 노 후보의 급진 청년 조직처럼 보는 시각이 있어 노 후보에 부담을 주느니 차라리 해체하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 노사모를 팬 클럽 연합회로 확대 개편하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10대가 가수를 좋아할 수 있듯 30~40대도 정치인을 좋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처럼 노사모를 편하게 봐주십시오”라고 명 회장은 당부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09 15:2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