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인터넷 컬러폰 시대

흑백 휴대 전화기가 사라지고 있다. 대신 컬러 폰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1988년 이동 전화 서비스 이후 10여년 넘게 통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온 흑백 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단말기 업체도 채산성이 낮은 흑백 폰 개발을 중단하고 컬러 폰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컬러 폰의 점유율은 아직 30% 미만이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빠르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점유율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에 나온 지 6년만에야 보급률 50%를 넘었던 컬러 TV에 비하면 컬러 휴대전화기의 보급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올해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는 경기 회복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약 1,300만~1,4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컬러 휴대폰이 전체 시장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며 국내 휴대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 폰이 새롭게 통신 단말기 역사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은 흑백 폰이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낮다는 점도 있지만 휴대 전화기를 통해 인터넷을 즐기는 모바일 인터넷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가 점차 멀티미디어 위주로 변하면서 소비자가 단순한 흑백 보다는 화려한 컬러를 선호하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여기에 데이터 전송 방식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2000 1X보다 16배 빠른 CDMA 2000 1X EV-DO와 비동기식 차세대 서비스(W-CDMA)가 상용화되면 인터넷 뿐 아니라 영상 전화까지 가능해 컬러 폰 전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단말기 업체인 삼성과 LG의 컬러 대전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 6만5,000여가지 천연색을 재현할 수 있는 듀얼 폴더 형 고화질 컬러 휴대폰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기존 256 컬러 보다 256배나 많은 컬러를 구현해 30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지난 1월 말 업계 처음으로 초박막 액정화면(TFT-LCD)을 사용한 컬러 폰을 선 보였다. 모토롤라와 현대큐리텔 역시 이들 선두 업체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컬러 대전을 계기로 휴대폰 시장 ‘후삼국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컬러 폰이 등장하면서 디자인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세원텔레콤은 화장품 케이스처럼 작고 깜찍한 디자인을 디자인 컨셉으로 잡고 있다. 벨이 울리면 7가지 색깔로 빛나는 컬러 안테나도 등장했다.

삼성전자도 날렵한 자동차의 보닛을 형상화하고 플립 중앙에 조이스틱을 달아 게임과 인터넷 검색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는 단말기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KTF 광고에서 선보이고 있는 둥근 모양의 컨셉트 폰으로 직사각형 위주의 기존 디자인에 ‘반기’를 들 예정이다. 현대큐리텔은 폴더의 액정 화면에 아날로그 시계 모양을 띄우는 세련된 ‘복고풍’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컬러 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우선 두께다. 지금의 컬러 단말기는 기존 흑백 모델에 비해 폴더의 두께가 두 배 가까이 두껍다. 또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기존 흑백 폰에 비해 평균 50%이상 전력 소모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휴대 전화기는 음성 통화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고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면서 휴대 전화기의 트렌드도 180도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취향 역시 가격 보다는 다양한 인터넷 기능과 예쁜 디자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의 대중화로 휴대폰은 더 이상 듣고 말하는 전화기가 아니다. 보고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야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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