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봄에는 병도 많다③ 봄의 선물, 딸기

몸은 나른하고 연신 하품만 나며 졸리지만 다음 학회에 낼 논문에 대하여 열심히 고민해 본다. 하지만 눈은 자꾸 창 밖으로 향하고, 마음은 노란 개나리, 붉은 진달래, 하얀 목련의 모습만 그리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에 붕 떠돌고 있다.

봄이 오면 하늘에 봄기운이 돌고, 땅에도 변화가 생기며, 인체도 그에 반응한다. 봄기운이란 목기(木氣)를 말하는데, 이는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기운이고, 봄 바람나는 처녀 총각의 마음이며, 눈을 뚫고 나오는 목련화의 기운이다.

인체는 자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서로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 기온이 따뜻해지면 두꺼운 겨울 옷을 벗어 들고, 산으로 들로 봄을 느끼러 나가고, 봄나물을 먹어서 계절에 적응한다.

내경(內經)이라는 한의학 서적에 나오는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을 보면 춘삼월에는 옛날 것이 물러가고 새것이 발생하니, 천지가 모두 자라며, 만물이 영화로워진다. 밤에는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뜰을 거닐고, 머리를 풀고, 긴장을 완화하여 정신이 피어나게 한다.

이 때는 모든 것을 살리고 죽이지 않아야 하며, 주고 빼앗지 말아야 하며, 상주고 벌은 주지 말아야 하니, 이것이 봄에 상응하는 양생의 도라고 하였다.

요즘 현대인들은 이런 이치를 얼마나 알고, 또 실천하고 있는지…. 자연을 거스르면 곧 병이 생긴다. 봄이 왔는데도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만물이 서로 격려하며 키워주고 있는데, 부하직원 자존심 긁어놓고, 봄나물은 먹지도 않고 고기만 먹으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만심으로 굳어져 있고, 이런 것들이 모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봄기운은 바람으로도 설명된다. 자연의 기운에는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여섯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바람이 목(木)에 해당되며, 봄에 해당된다.

"풍자 선행이수변(風者 善行而數變)"이라고 하여 바람은 만물을 소생시키고, 동(動)하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바람은 피부병, 기침병, 눈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우리를 힘들게 하는 황사나 날리는 꽃가루들도 봄의 산물이다.

만물은 항상 양면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바람도 마찬가지이다. 만물의 소생을 촉진하는 그 뒷면에는 병을 일으키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듯이, 봄의 바람도 적당히 자신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럼 이제 계절을 알았으니 철부지를 면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자. 주말에는 가벼운 등산을 하여 우리 몸의 봄에 해당하는 장기인 간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봄나물을 가볍게 데쳐서 새콤한 양념에 버무려 입맛을 돋군다. 새콤한 맛 역시 봄에 해당하는 맛이다. 헤어스타일도 한 번 바꿔봄이 어떠할까? 옷도 몸에 꽉 끼지 않는 가벼운 옷을 입고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고 산책을 한다. 아이들이나 후배들에게 칭찬을 해서 서로 북돋아 준다. 이웃들을 인자한 눈으로 바라본다. 인자한 마음 역시 봄에 해당하는 마음이다.

봄에 나는 딸기를 맛있게 먹는다. 알칼리성 식품인 딸기는 비타민C가 가장 많다. 딸기의 비타민C는 여러 호르몬을 조절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체력을 증진시키며, 기미가 있는 피부에 미용작용까지 해준다.

인 나트륨 규산 철분 등 많은 무기물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를 탄력 있게 하며, 영양을 유지시켜 준다. 수분이 90% 정도이므로 열량이 낮고,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까지 지연시켜 주므로 쉬 배가 고프지 않아 음식에 손이 가는 유혹을 줄일 수 있어 비만 치료에 도움을 준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물성 섬유인 펙틴이 풍부하여 동맥경화증도 막아주며, 체내에서 발암물질의 합성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 강하며, 면역력을 향상시켜 암을 막는데도 좋다.

따뜻한 날씨, 아름다운 꽃 잔치, 움트는 새싹 속에서 봄을 마음껏 느끼고 아내의 미소와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서 봄을 발견할 수 있는 현대인이라면 병에 걸리지 않고 병을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04/10 16:5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