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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미의 홀인원] 한국 낭자들의 음지와 양지

[박나미의 홀인원] 한국 낭자들의 음지와 양지

박세리가 시즌 첫 우승의 낭보를 국민들에게 전해 주었다. 미국 LPGA 투어 1위로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미국 무대에 선지 5년간 박세리는 우리 국민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암울했던 IMF 시절에는 많은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이제 골프는 몰라도 골프 대회가 있으면 "박세리가 이번에도 우승 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이번 박세리의 우승을 보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다른 한국 선수들에 대한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언론에 잘 보도가 안돼 소식을 알기 힘든 국내선수들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미국 땅에는 박세리나 김미현 박지은 외도 7명 정도의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다. 그 중엔 풀시드권을 받은 선수들도 있지만 조건부 시드를 받아 모든 대회에 출전자격을 얻지 못하고 10~15개 대회 정도만 나갈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이들 7명의 선수들은 모두 한국에서는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떨친 선수들이다. 다만 미국LPGA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선수들도 예전에는 국내대회에서 박세리와 우승을 다투던 주된 경쟁자들이었다.

결국은 미국에서 다시 만나긴 했지만... 그러고 보면 이들 7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인 것 같기 하다. 한국에서 매 대회 지겹게 겨루더니 결국 몇 년 뒤에 미국 땅에서 다시 겨루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이들 7명의 한국 선수들은 골프 실력에 있어 박세리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단지 미국에서의 적응력과 스폰서 문제 등 외부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박세리는 현재 미국 IMG라는 미국의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에서 모든 것을 관리해 준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다른 한국 선수들은 그런 관리는 커녕 스폰서도 없이 혼자 밴을 몰며 대회에 나가고 있다.

박세리 외에 박지은이나 김미현 같은 선수는 스폰서가 있어 괜찮은 편이지만 나머지 한국 선수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거의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 중에 여민선이라는 여자 프로가 있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골프계에선 ‘악발이’로 유명한 여자 프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프로에 뛰어들었고 몇 년 후에 혼자 무작정 미국 땅으로 떠났다.

가끔 연락을 해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그냥 혼자 다니지 뭐"하고 만다. 1999년 퓨쳐스 투어 상금 랭킹 1위에 올라 이듬해인 2000년에 최초로 풀시드권을 따냈다. 물론 신문에서 봤지만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여 프로가 전화해서 “혼자 밴을 몰고 다니는데 고속도로 가던 중 새벽에 사막을 지나면서 너무 무서워 혼이 났다”고 하소연 했다. 사막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아 너무 서글퍼서 대회 장소까지 울면서 운전해 갔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서 자신은 미국에 간지 10년이 다 된데다 나이도 서른을 넘겼는데 최근 들어 한참 어린 후배들이 자꾸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도 받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런 악발이 언니들의 고생 덕에 국내 후배 프로들이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만약 여 프로 같은 선수가 없었다면 국내 어린 선수들은 "박세리는 정말 운이 좋다"고 여겼을 것이다.

요즘 국내 프로 골퍼 중에는 미국 무대에 가려는 선수들이 많다. 박세리가 세운 우승 기록은 대단하지만 그 못지않게 그 뒤에서 열심히 고생하는 무명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도 있었으면 한다. 정말 현지에서 고생하는 선수가 너무 많은데 오직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만 언론의 초점이 되는 게 아쉽다.

앞으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무명 선수들에게도 좋은 스폰서가 생기고 각계의 격려가 뒤따랐으면 좋겠다. 국내 골프계의 발전을 위해 좀 더 많은 사랑을 여러 선수들에게 나눠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nami8621@hanmail.net

입력시간 2002/04/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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