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밸리 24時] 한글을 국제 인터넷언어로

인터넷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술의 발전은 곧 새로운 산업의 등장과 부흥을 예고해왔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을 만들어냈고, 인터넷은 정보통신 산업의 부흥을 일으켰다.

인터넷이 낳은 신산업 분야는 여러 가지다. 그 중 도메인 산업은 그 시장 규모가 약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아주 중요하다. 인터넷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세계 최초로 인터넷주소 체계인 도메인을 만들어 도메인 산업을 개척했고, 시장에서 확고부동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이 도메인 산업을 개척했다면, 한국은 이제 자국어인터넷주소 시장을 개척했고 자국어인터넷주소의 종주국화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6년간 자국어인터넷주소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국제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넷피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자국어인터넷주소의 준비와 시작은 사실 변리사 시험을 준비한 1992년 경부터였다고 생각된다. 자국어인터넷주소의 필요성을 깨닫고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1997년부터 였지만 법률부분, 어문학적부분, 기술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지는 자국어인터넷주소의 특성상 변리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법률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변리사 시험 준비를 통해 도메인이 지닌 상표 가치에 눈을 뜨게 되고, 도메인을 영문이 아닌, 한글로도 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 행운을 현실화 하기 위한 노력은 그야말로 맨발로 험로를 넘어야 하는 처절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특히 도메인 시장에서 거대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치열한 경쟁은 정말 힘겨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리얼네임즈의 인수 제의를 거절하면서 최소 200억원의 인수대가를 포기했다.

그때까지의 부채도 갚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액수였지만 한글인터넷주소 관련 핵심 기술과 특허를 외국 업체에 팔아버리면 자손대대로 한글인터넷주소 조차 외국업체에 돈을 내고 사야 된다는 생각에 도저히 리얼네임즈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한글에 대한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한글은 민족의 얼이 담긴 유산으로 자손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문화적 자산을 재원화 하여 그 가치를 극대화 한다는 것은 잘 보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일이다. 따라서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의 일부를 통일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자국어인터넷주소를 통해 한글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비영어권 인터넷 사용자들이 좀더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측면에서 세계 문화적 의의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원래 홈페이지나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한 인터넷주소는 숫자로 된 IP(Internet Protocol) 주소가 시초였다.

기억하기 어려운 IP주소를 기억하기 편하게 문자로 전환한 것이 도메인 체계이지만 인터넷이 영어에 기반을 두었기에 비영어권 사용자들은 사용하기 불편하였고, 이에 따라 정보의 불균형 현상도 초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국어인터넷주소는 도메인을 한글, 일어, 중국어, 태국어 등과 같은 자국어로 전환하여 원하는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서비스이므로 인터넷 사용 계층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대될 것이다. 이는 인터넷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사용의 보편성과 확장성 등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하면 원하는 사이트로 연결되므로 복잡한 영문 때문에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계층도 인터넷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과 더불어 그 보급화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넷피아의 한글인터넷주소는 제3세대라고 하는 차세대 인터넷주소 모델로서 세계 시장에서 획기적인 자국어 실명 인터넷주소 모델로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세계 자국어인터넷주소 분야의 핵심 기술을 넷피아가 제공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CDMA 종주국에 이어 자국어 인터넷주소 종주국화의 기수로도 인정받아 한국을 정보통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

작은 벤처기업이 시작한 자국어인터넷주소사업은 정보통신(IT)강국인 한국에서 국가와 국민의 지지를 통해서만 우리 한글과 정보통신의 결합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된다. 향후 4, 5년 후 자국어인터넷주소가 지금의 반도체나 CDMA 못지 않은 국가 중추 산업으로 세계를 리드해 나가기를 꿈꿔본다.

이판정 네피아닷컴 CEO

입력시간 2002/04/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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