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클릭닉] 왜 나만 살이 찔까?

몸 안에서 아예 지방을 다 없애 버리고, 지방 축적을 담당하는 세포들을 완전히 제거해버리면 과연 날씬해 질 수 있을까. 비만한 사람들에게는 귀가 솔깃해 지는 방법이고, 이렇게 하면 우리 몸은 비만과 관련된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것 같은 그럴 듯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방은 주위의 극한 온도 변화에도 몸 속의 체온을 일정하게 보전하는 기능을 해 인체대사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부딪혔을 때에 완충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해주는 저장고로서의 역할을 한다.

특히 에너지 저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의 생존과 직결된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0kg정도의 보통 성인이 약 12kg 정도의 저장 지방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열량으로 환산하면 약 110,000 kcal 정도라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열량이면 사람이 완전히 굶은 상태에서 60일간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서 생존하게 할 수 있는 양이다. 지방은 우리 몸이 기아상태에서도 살아 남기 위한 소중한 열량 저장소인 셈이다.

우스개 소리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에너지를 지방으로 잘 저장하는 사람들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수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식량이 풍부한 편이지만 과거에 인류는 항상 식량부족에 허덕였다.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더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우수한(?) 사람들이 이러한 능력 때문에 비만이라는 문제로 고민하게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필자가 환자를 진료하다가 듣는 하소연 중 하나가 옆에 있는 사람과 같이 먹었는데 유독 자기만 왜 살이 찌냐는 것이다. 정말 본인은 답답할 것이다. 살이 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고통이기도 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런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만을 간단히 종합해보면, 다양한 원인들이 서로 얽혀서 상호 작용을 통해 개인간의 차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유전적인 요인이 개인간의 차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며, 다음으로 음식에 대한 선호도 등의 식사습관 차이, 평소의 신체 활동량 등의 순이다.

이러한 원인들이 상호 작용해 기름기 위주의 식사를 선호하고, 과식을 하기도 하며, 조금만 음식을 먹어도 흡수율이 좋아 지방으로 에너지를 잘 저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체 활동량 정도도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데 어떤 사람들은 움직이기를 싫어해 활동량이 극도로 떨어져 있고 어떤 사람은 활발한 활동을 통해 에너지소모를 늘리기도 한다.

또한 기초대사량에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초대사량이란 몸 밖으로 배출되는 열량 중 가만히 있어도 빠져나가는 열량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가만히 있어도 사람의 폐는 숨을 쉬기 위해 움직이고, 심장은 뛰고 있으며, 뇌는 생각을 하고, 콩팥은 끊임없이 소변을 만들고 있는 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때 소모되는 열량을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은 같이 먹어도 기본적으로 빠져나가는 열량이 높아 덜 찌고 덜 비만해지고,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비만도의 차이를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가 개인간의 비만도 차이를 유발하게 되는데, 과연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연구결과와 그리고 실제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한결같이 말해주는 결과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전적인 문제는 유전자 치료라는 새로운 분야가 연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실험 단계이고 안전성이 입증된 단계라 활용할 수 없으며 기타 직접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식사습관과 운동습관, 평소 생활습관 등을 바꾼다면 충분히 극복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기초대사량 자체도 운동 등을 통해 적절한 몸 관리를 한다면 향상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남보다 살이 더 잘 찌거나 또는 남보다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어느 정도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어떤 한가지 요법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식사, 운동, 생활습관 개선 등의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이루어 질 때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 호부터는 이러한 개인 간의 차이를 극복하여 나도 잘 안 찌는 체질이 되는 방법들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겠다.

오상우 일산백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입력시간 2002/04/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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