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명랑소녀 장나라

"내가 짱나라 공주래요"

“TV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던 장나라(21)를 꿈이 마침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연극 배우인 아버지 주호성(본명 장면교)를 졸라 열 두 살인 초등학교 5학년 때 연극 ‘레미제라블’의 어린 오제트 역을 맡았던 장나라가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한지 1년 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명랑소녀 성공기’로 만화 같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돼 버렸다.

4월 17일 밤 11시 SBS TV ‘명랑소녀 성공기’의 촬영이 한창이던 일산의 한 주택가에서 그를 만났다. 파란색 담요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작고 여린 모습. 맑고 큰 두 눈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앳된 이미지.

말괄량이처럼 쾌활하고 씩씩하게만 보이던 드라마 속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3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 촬영. 그는 무척 지쳐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머리 속이 하얘져요.” 그는 특유의 ‘쿨’한 멘트를 날리고 이내 자신의 작은 두 무릎 속에 얼굴을 묻는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도 잠시. 카메라가 비춰지면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억척스럽고 씩씩한 ‘명랑소녀’로 돌아간다. 163cm, 45kg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끼’와 ‘열정’이 대단했다.

“솔직하고 털털한 양순이는 실제 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요.” 장나라가 ‘명랑소녀 성공기’에 출연하게 된 이유다. 원래 그의 출연은 무리한 시도였다. 갓 데뷔한 신인으로 가수와 VJ, 시트콤 등 TV의 각 장르를 넘나들며 한창 ‘뜨고 있던’ 그가 소화하기엔 너무나 벅찬 스케줄.

그러나 신세대답게 당찬 그는 “캐릭터가 꼭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출연을 전격 결정했다.


시청자 매료시킨 해맑은 미소

결과는 엄청난 ‘대박’. ‘명랑소녀 성공기’는 장나라에 의한, 장나라를 위한 드라마였다. 캐스팅 당시 가수 출신인 그가 정통 드라마에 첫 출연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첫 방송 후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만화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장나라의 외모와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 같은 해맑은 미소는 단숨에 시청자들을 매료시켜버렸다.

첫 회부터 시청률 20%를 넘는 상큼한 출발을 보이더니 4월 들어서는 아예 시청률 30%를 훌쩍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전체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명랑소녀 전성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

극중 순박하고 당당한 시골소녀 차양순 역을 맡은 그는 충청도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촌티 나는 트레이닝 복을 입은 소탈한 모습, 징그러운 뱀을 한 손에 잡아 던져버리는 엽기적인 행동도 그가 하면 너무나 앙증맞다.

장나라는 인기 비결을 ‘이웃집 여동생처럼 친근하고 인간적인 성격’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 역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친근하게 소화해내는 장나라 특유의 ‘귀여움’이 명랑소녀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한다. 며칠씩 이어지는 밤샘 촬영에도 끄덕 않는 그의 강단과 연기할 때 어려운 점이 있으면 감독이나 아버지 주호성에게 연기 지도를 받는 남다른 성실성도 인기 열풍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장나라는 또 드라마의 만화적 캐릭터에 ‘꼭’ 어울리게 천진난만하다. 하루 아침에 벼락 스타에 올랐으면서도 모나지 않은 성격과 철철 넘치는 애교로 촬영장을 즐겁게 만든다.

이날도 다른 배우들보다 촬영 현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그는 극중 절친한 친구 보배로 나오는 추자현이 도착하자 발딱 일어나 달려간다.

“언니 오셨어요” 라며 깍듯하게 인사한다. 자신보다 두 살 위인 추자현의 품 안에 들어가 안겨버리는 장나라. 그의 이런 행동은 스물 한 살을 넘긴 대학교 3학년의 여학생의 모습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막내둥이 모습이다.


타고난 끼와 근성, 장르 넘나든 인기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나라의 최대 강점은 연예인의 피를 타고 난 끼와 근성. 아버지, TBC공채 탤런트 출신 어머니 이경옥, MBC 탤런트인 오빠 장성원까지 온 가족이 연예인이다.

특히 아버지 주호성은 매일 밤 11시 장나라의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고 팬 클럽관리를 도맡는 등 그의 연예 활동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다. 식구들 모두 연예계를 잘 알기 때문에 서로를 꼼꼼하게 챙겨주고 걱정해준다.

그래서 그는 가족들에게 더욱 미안하다. 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족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이 안 좋으신 아버지가 그는 특히 걱정스럽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에도 가족 생각 밖에 하지 않는 장나라는 최근 부모에게 큰 효도를 했다. 농심 너구리, 파파이스, KTF ‘bigi’, 보해소주, 애경 리앙뜨, 해태 하몬스 등 무려 13개에 달하는 CF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켜 번 돈으로 경기 일산에 40평 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가난한 연극배우 집안에서 자라 어린 시절 고생도 많이 했던 그는 “이제 식구들이 편안한 집에서 살게 돼 기쁘다”며 함박 웃음을 터트린다.

5월 2일로 장나라는 데뷔 1년을 맞는다. 처음 그가 가수로 데뷔곡 ‘눈물에 얼굴에 묻는다’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MBC ‘뉴 논스톱’에서 ‘여자 양동근’역을 맡으면서 인기 행진이 시작됐다. 팬들이 그의 엽기 발랄한 모습에 환호를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장나라는 후속곡 ‘고백’과 ‘4월 이야기’의 인기로 연말 가요제 신인상을 독식한 후 ‘명랑소녀 성공기’로 2002년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연기도 좋지만 노래가 더 좋아

장나라는 이제 이 드라마가 끝나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집 앨범을 준비할 계획이다.

연기와 VJ, 노래 등 다방면에 재능을 자랑하지만 그는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편안하다”며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털어놓는다. 새로 준비하는 이 음반에는 R&B나 일본풍 발라드 같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를 많이 담고 싶다.

이제 이 시대의 ‘걸어 다니는 문화코드’로 우뚝 선 장나라. 그는 자신조차 기대하지 못했던 팬들의 큰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또 한편으론 감당하기 벅찬 스케줄로 충분히 갈고 닦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가 지금 간절히 꿈꾸는 단 하나. 일에 지친 피곤한 모습을 벗어 던지고, 항상 밝고 건강한 ‘명랑소녀’ 장나라로 다시 팬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23 17:33


배현정 주간한국부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