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노후보는 순풍을 탈 수 있을 것인가…

정치인들에게 있어 선거는 거의 모든 것을 거는 전쟁과 같다. 특히 여야가 지금처럼 릴레이식으로 벌이는 지역 경선 전에서 후보들은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식사와 휴식을 때우는 것은 물론 장시간 서서 많은 사람과 만나 악수를 하고 다녀 저녁이면 손발이 붓는 것은 기본이다. 후보 본인 혼자로는 안 돼 부인까지 나서 별도로 지역구를 돌며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간 한국은 4월 20일 민주당 대선 경선이 치러지는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노무현 후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인제 후보의 돌연한 사퇴로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태에서 언론사와 가진 첫 단독 인터뷰였다.

후보 연설이 끝나고 투표가 시작돼 개표 직전까지 남는 시간을 활용한 것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노 후보는 처음에는 대선 후보로서의 격을 의식한 듯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 후보는 본인의 평소 격의 없고 소박한 이미지에 걸맞게 비교적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함께 배석했던 참모진들이 당황할 내용도 있었다. 노 후보는 참모진들과 사전에 질문 내용에 대한 답변의 선을 그어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지만 집요하게 캐묻는 질문에 “이래서 내가 질문에 빨려 들어 간다니까” 하면서 비교적 소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노 후보가 이날 밝힌 국정 운영의 큰 흐름은 현 정권의 콘텐츠를 기초로 하되 이를 앞으로 개선ㆍ 발전 시켜 나간다는 것이었다. 다만 정책 수립ㆍ집행의 시스템을 DJ 정부처럼 가신이나 계보 중심의 측근 정치를 하지않고 전문가에게 대폭 위임하는 맑고 투명한 열린 정치를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6월 지방 선거는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개혁ㆍ의사(義士)적 이미지에서 탈피, 대국적이고 포용적인 이미지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과연 노 후보는 순풍을 탈 수 있을 것인가.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24 14:3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