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금리인상이 왕도 아니다

최근 우리경제가 일부 부문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말경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 일부에서 경기과열을 우려하며 선제적인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회복세가 얼마나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시각차 때문에 당장 금리인상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필자는 최근 경기를 이끌고있는 내수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것인가가 뚜렷치 않다고 보여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최근의 소비 및 건설투자의 가파른 상승이 일회성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하반기에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본격적 수출의 회복이 없이는 지금과 같은 경기의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먼저 소비증가에 일회성요인이 있다고 보는 까닭은 소비증가세의 상당분이 내구재 소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12부터 시행된 특소세 인하조치의 결과로 해석된다.

국산차의 경우 차종에 따라 특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하락분이 약 80만원에서 200만원을 넘는다. 고가의 외제차의 경우는 이런 가격인하 효과가 몇 천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가격차이는 1, 2년내 승용차 구매계획을 가졌던 소비자에게 구매시점을 앞당기도록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고가 가전제품의 판매호황도 특소세 인하효과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특소세 인하조치가 한시적으로 6월말에 끝나기 때문에 그 이후 내수 승용차 판매가 빠르게 줄면서 전반적 소비증가세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설투자와 관련해서도 일회성 요인이 있다. 올 3월부터 다가구 주택의 주차공간 확보의무 강화되었고 연중에 기타 건축물의 용적률 제한조치가 실시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작년말 주거용 건물 건설이 급증하였는데 이런 추세는 올 연초까지 지속되고 있다.

비수기인 동절기에 건축 자재값이 급등하고 건설현장에서 인력난이 발생하는 등의 이상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건설경기가 붐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요인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금년 하반기 건설경기는 위축될 전망이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중요도가 크게 높아진 수출은 1년 이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는 3월의 수출액을 보면 아직도 작년 초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4월에는 수출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작년 동월의 낮은 수준과 비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망기관들의 하반기 본격회복 전망의 공통적인 가정은 하반기중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것인데 현시점으로서는 그 실현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의 주요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와 성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았다.

즉 그 동안 경기를 지탱해준 소비는 추가로 증가할 여력이 없는 반면 새로운 경기활황의 원동력이 될 투자는 아직도 늘지 않고 있다. 우리 대미수출의 증가가 있기 위해서는 미국의 투자증가가 선행되어야 할 텐데 아직 조짐이 없고 언제 얼마나 강하게 나타날 것인가가 확실치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그린스펀 의장도 4월 18일에 있었던 의회증언에서 미국경기회복의 시점과 강도에 대한 불투명성을 강조하였다.

일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나 아직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공시지가 인상 등 정부가 내놓은 미시적 조치는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와 관련해서도 그 동안 감독당국과 한은의 대응책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가불안 등 무시할 수 없는 불안요인도 있으나 물가는 양호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총통화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총통화와 물가의 관계는 중ㆍ장기에 걸쳐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막기위해 언제 금리를, 또 얼마나 올려야할지에 대한 큰 정보를 주지 못한다.

선제적 금리인상은 지금과 같은 내수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회복이 가세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적절한 정책이다. 하지만 향후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소비와 건설투자가 제풀에 꺾이고 수출회복도 지연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5월 정도면 밝혀질 1ㆍ4분기 경기관련 지수들을 살펴본 후 현 경기회복세의 지속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금리 인상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된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

입력시간 2002/04/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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