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축제 중] 한반도의 봄은 축제의 계절

봄햇살에 무르익는 꽃세상, 지방특색 살린 문화 축제 풍성

축제가 없으면 오월도 없다.

세계인의 축제인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춘향이 그득하다. 말 그대로 봄(春)의 향기(香)다. 튤립이 ‘사랑의 고백’을 띄워 올리면, 연산홍은 수줍은 ‘첫사랑’에 가슴 설렌다.

또 한켠에서 베고니아가 ‘친절, 짝 사랑’을 들려주는 사이, 금잔화는 ‘이별의 슬픔과 실망’의 이야기로 달뜬 봄 기운을 지긋이 눌러 준다. 한반도의 봄은 꽃들의 속삭임으로 들떠있다.


봄햇살에 무르익는 꽃의 세상

우리나라에서 6번째 큰 섬, 충남 안면도에서 국내최대규모의 꽃 축제 ‘2002안면도국제꽃박람회’(4.26~5.19)가 만개한다.

국제원예 생산자협회가 처음으로 공인한 국내 화훼 행사인 이번 꽃 축제에는 30개국의 꽃이 따사로운 봄 햇살과 짭짤한 바닷바람에 어우러져 화려한 속내를 펼쳐 보인다.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내 고양꽃 전시관에서는 자생화와 허브, 전통꽃들의 페스티벌 ‘한국고양꽃전시회’(4.24~5.8)가 열린다.

또 경기 춘의동 자연생태박물관에서는 ‘튜울립 축제’(4.30까지), 늦은 밤에도 꽃 향기를 맡고 싶으면 용인 에버랜드의 ‘나이트 튜울립 축제’(5.5까지), 부산 해운대 석대동에서는 ‘석대꽃 축제’(4.26~28) 등 봄 꽃 향기는 가도가도 그칠 줄 모른다.

서울 연등축제(4.27 부처님 오신날)의 불빛은 남도까지 내달음 쳐 전남 진도 ‘모세의 기적’이 재현된다. 탁 트인 바닷길은 신비의 ‘진도 영등축제’(4.26~29)로 이어져 가려진 마음을 열어준다. 2.8km의 아스라한 모랫길을 밟으며 강강술래와 씻김굿, 남도 들 노래, 북 놀이 등 다양한 남도의 풍속을 만끽할 수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 일을 기리는 ‘온양 문화제’(4.27~29)가 열리는 현충사 인근에는 온양민속박물관과 외암민속마을 등이 볼거리로 자녀와 함께 찾아볼 야외 교육 현장이다. 또 온양ㆍ도고ㆍ아산온천의 문화 축제는 봄바람에 지친 여행객들을 따뜻하게 반긴다.


남원 춘향에서 담양 죽향까지

오월은 ‘춘향’의 본고장인 전북 남원에서 봄 향기로 가득 밀려온다. 세계적인 사랑축제 ‘춘향제’(5.4~9)의 막이 오른다. 판소리와 전통무용, 가야금병창, 민속기악, 민요, 사물놀이 등 각종 경연대회의 신명이 펼쳐진다.

춘향 영화제, 가장행렬, 이도령ㆍ성춘향 선발대회, 사이버 춘향전 등 다채로운 30여종의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정조를 지킨 것은 열녀(烈女) 춘향이 뿐인가. 목숨을 내던진 호국선열의 열정은 한층 뜨겁다. 형제봉 만세운동의 발상지로 전남 영암의 ‘영보풍향제’(5.4,5)는 홀수 해엔 간단한 제례만 지내지만 올해처럼 짝수 해(2002)에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횃불놀이, 효자ㆍ효부 ㆍ선행아ㆍ장한 어머니상 등은 물론 국악향연과 농악놀이 등 민속전통의 봄 축제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전남 여수에서는 충무공의 빛나는 호국정신을 기리는 ‘진남제’(5.3~6)가 열려 고유제, 용고, 시상, 용 줄다리기, 소동패 놀이, 명창ㆍ궁도ㆍ시조대회 등의 마당을 품는다.

나풀대는 나비의 날갯짓에도 봄의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5.5~8)는 박제된 곤충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생명 그대로의 자연을 선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물포 나비 등 3,000종 3만 마리의 나비가 빚어 내는 장관에 감탄사를 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모시 옥색치마~’. 모시의 원산지 충남 서천에서는 ‘한산모시문화제’(5.1~6)가 가늘고 고운 모시 본래의 멋을 한 것 뽐낸다. ‘모시는 반드시 새벽 안개 속 백열등 아래 비춰봐야 진품을 가린다’는 옛말처럼 더욱 북새통을 이룰 한산 모시 새벽시장의 오월이 분주하다.

종이의 고장인 전북 전주도 가만 있을 수 없다. 전통한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맘껏 펼칠 ‘전주 종이축제’(5.4~8)는 또 다른 봄 향연이다.

조선시대 한지 생활용품 유물전을 비롯 완판본 한글고전소설과 고문헌전, 수정한지 그림전, 닥종이 인형 4인전, 한지 패션쇼 등 각종 볼거리에 고즈넉한 전주시가를 들썩댄다. 국내 유일의 죽세공예 진흥단지인 전남 담양도 ‘죽향축제’(5.3~5)로 화답한다.


전통미 가득한 놀이문화

영남지역도 뒤질세라 조선시대 대표적인 한약전통 특수시장이던 ‘대구 약령시’ 축제(5.7~12)가 대구 전통 약전골목을 중심으로 한방문화에 대한 역사지식과 간접 체험을 듬뿍 안겨준다.

500여종, 1만 여 점의 약초꽃을 활용, 주제별 약초동산을 조성해 약초의 성장, 약재의 성분, 약리적 특성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등 교육적 가치가 높다. 차의 원산지로 이름 높은 경남 하동에서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5.24~27)가 열린다.

차 강연회와 올해의 명차 선정, 차 여인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관광객들의 눈과 미각을 사로잡는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선녀들이 밤이면 내려와 미역을 감고 노닐었다는 전설의 고향 ‘하늘의 못’ 제주도 천재연에는 ‘서귀포칠선녀축제’(5.4~7)가 중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열린다. 길놀이와 선녀가무공연, 가요제, 사투리경연대회 등의 행사가 다채롭다.

경북 제일의 명승지로 주방천의 아름다운 시내와 폭포, 병풍을 두른 듯한 기암괴석과 암봉 등 절경을 이루는 주왕산은 진 분홍색 봄 축전을 띄운다. 이 곳의 절경을 진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주방천의 4대 명물인 꽃 ‘수달래’ 전(5.6)이 산악인과 행락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수달래 꽃잎을 주방천에 띠어 보내는 행사를 비롯 기념등반과 사진촬영대회 등이 열린다. 철쭉꽃 만개한 인천 화도진 공원에도 봄축제의 열기는 가득하다.

마을의 공동제사인 대동굿을 시작으로 개막되는 ‘화도진축제’(5.10~25)는 서해안 풍어제와 재수굿 류에 제석거리가 합쳐진 소놀음 굿과 황해도 평산소 놀음굿 등 각종 굿으로 봄의 향연을 고조시킨다. 사자춤과 헛목춤, 팔목 중춤, 양반춤 등 여섯 마당으로 구성된 은율탈춤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난 볼거리.


빛고을 밝히는 광주비엔날레

그림과 조형물 속에 환영 된 봄날의 표정은 ‘광주비엔날레2002’(6.29까지)에도 가득하다. 5ㆍ18자유공원과 중외공원 등에는 독특한 축제 주제인 ‘멈춤(止)’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든다.

또 선사시대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유골이 출토된 충북 청원 군에서는 국내외 환경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환경미술제 ‘아홉용머리축제’(4.28~5.20)와 전주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4.26~5.2)가 각각 열린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는 ‘국제마임축제’(5.8~12)와 제주도에선 ‘제주세계섬문화축제’(5.19~6.17), 강원 동해시 망상 야영장에선 ‘세계64회캠핑&캐라바닝 동해대회’(5.16~27), 범선들이 요트 레이스와 같은 형식으로 일본 오키나와~인천, 목포~부산을 잇는 ‘한국범선대회’(5.8~6.30)가 땅과 바다에서 각각 펼쳐진다. 반짝이는 햇빛과 꽃 향기에 취한 듯 봄날은 간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4/2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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