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신당 5·16에 띄운다

쿠데타 41주년 되는 날 출범, 장래 불투명 "대선후보 낼 것"

박근혜 의원의 신당이 5월 16일 출범한다. 5월16일은 박 의원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ㆍ16 군사쿠데타 41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 의원은 4월 26일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최필립 전 뉴질랜드 대사 등 각계 인사 38명을 발기인으로 가칭 한국미래연합(미래연합) 창당 준비위를 출범시켰다. 2월28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두 달 만에 신당 창당의 첫 삽을 뜬 셈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가관이 확실한 존경할 만한 분이면 대선 후보를 양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분은 정치권 밖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의원은 “미래연합은 반드시 대선 후보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선 후보를 영입할 가능성과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여지도 열어 두었다.

박 의원은 창당 준비위 구성에 따라 지구당 창당에 본격적으로 나서 창당작업을 완료한 뒤 6.13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당세를 감안해 영남권과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에 선택적 참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ㆍ장년층이 주류, 대표성 떨어져

창당 준비위는 박 의원이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고 지명도가 있는 인사가 거의 없어 대표성은 떨어져 보이지만 어쨌든 신당의 윤곽은 갖추게 됐다. 준비위의 특징은 박 의원 본인과 김한규 전 의원을 제외한 비(非) 정치권 인사의 대거 포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학계 경제계 여성계 문화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연령별로는 30대가 2명에 불과한 반면 50대 13명, 60대 12명 등 중ㆍ장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 대변인에는 방송인 출신 김기덕 부경대 교수가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합류가 예상됐던 이수성 전 총리는 준비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신당의 세불리기 과정에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또 6공 실세였던 대구 출신 P 전 의원을 비롯한 구 여권 인맥 일부가 신당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의원이 모양새에 연연하지 않고 서둘러 창당 준비에 나선 것은 대선 구상과 맞물려 있다. 최근 여야 갈등이 심화하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 구도가 더욱 고착화해 대선 출마의 발판인 신당 만들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의원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신당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당장 지방선거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박 의원은 ‘박정희 향수’가 강한 대구ㆍ경북 지역을 겨냥하고 있지만 발기인 면면이나 세로 미루어 볼 때 쉽지만 않아 보인다.


'박정희 향수'에 기대, 범 보수연대 노려

박 의원은 정계개편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날 “김종필 자민련 총재, 이인제 민주당 의원 등 누구와도 만날 생각이며 이 의원은 생각과 이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 이회창ㆍ비 노무현’을 기치로 한 범보수 연대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이 의원영입과 당 대 당 통합방식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의 제휴대상으로 무소속 정몽준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은 서울 재동초등학교 동기동창이란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노무현 발(發)’ 정계개편과 중부권 신당의 가시화, 지방선거 결과 등에 따라 박 의원의 미래연합이 지분을 갖고 다른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ㆍ경북지역 의원들이 상황에 따라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박 의원에 대한 미련을 접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박 의원의 신당이 기존의 여야 구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정계개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신당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만큼 신당의 진로가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0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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