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화나게 한 프랑스 좌파

소외계층 "희망없다" 등 돌려…
극우지지 감춰 여론조사도 무용지물

프랑스 언론들은 대선 1차 투표에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결선에 진출하는 이변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유권자을 비난하는 행위를 멈추고 정치체제에 대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익성향의 르 피가로는 르펜을 선택한 유권자를 비난해 봤자 소용이 없다면서 정치계급의 자기만족과 무관심이 유권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좌익 성향의 리베라시옹도 정부나 정계에서 소외된 사회 분파가 르펜 등 극단주의 후보들에게 투표했다면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이 신문은 르펜이 지난 대선에 비해 소폭 증가한 득표율을 얻는데 그쳤다면서 이런 현상이 과장돼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 유권자의 30%가 비주류 인물들을 지지했다는 점은 프랑스 민주주의에 변화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경제지 라 트리뷴도 극단주의 투표자들은 절망적인 실업자, 인생의 목표가 없는 청년들에게서 나온다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대혁신을 촉구했다.

중도좌익 성향의 르 몽드는 유럽 사회민주 정부들의 연속적인 패배 맥락에서 이번 프랑스 대선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유럽 극우세력이 이민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좌익 정당들이 외국인 통합과 관련해 신뢰하고 실행 가능한 모델을 하루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프랑스 여론 조사기관들은 수십 차례에 걸친 지지율 조사에도 불구하고 르펜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소프레스, IPSOS, CSA, BVA 등 여론조사기관들 중 어느 곳도 르펜 당수의 2차 투표 진출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탈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비판자들은 여론 조사기관들이 르펜 당수의 결선 투표 진출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했더라면 견제 심리를 발동시켜 그의 돌풍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론조사 기관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유권자들의 불안정하고 무책임한 정치성향 때문에 예측이 힘들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투표 직전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고 우파, 특히 극우 지지 성향을 드러내길 꺼리는 유권자 성향으로 인해 정확한 선거 예측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부동표는 선거 운동기간 내내 40%를 넘었다.

또 프랑스에서 좌파 지지는 진보적인 인상을 주는 반면 우파 지지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자기중심적인 느낌을 주고 사회적 비판 대상인 극우파 지지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은 극우 지지자들의 이 같은 성향을 감안해 극우파 지지율을 실제 여론조사 결과보다 높게 내놓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할 경우 극우파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조사결과를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일부 비판자들은 선거 때마다 번번이 빗나가는 여론 기관들의 투표결과 예측을 들어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2/05/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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