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의 투수대타 끝내기 안타

최다승, 최다 이닝 투구, 노히트노런 등 송진우가 세운 대기록은 많지만 송진우의 기록중 가장 진귀한 기록은 사상 최초의 투수 대타 끝내기 기록이다.

지명타자제를 실시하는 한국야구의 경우, 지명타자가 수비에 들어가면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지난해 6월3일 청주 LG전은 기록에 남을 만했다. LG에 5_7로 끌려간 채 9회말을 맞은 한화는 3연속안타와 폭투를 묶어 순식간에 7_7동점을 만들었고 1사 2,3루의 역전기회가 왔다.

9번은 지명타자 자리였지만 엔트리에 있는 한화의 야수는 모두 수비를 해 9회초 마운드에 있던 투수 워렌이 타석에 서야할 차례. 이때 한화 이광환감독은 워렌 대신 대타로 송진우를 타석에 세웠다. 송진우의 프로통산 타자기록은 3타수 무안타, 2번의 삼진이었지만 이 감독은 동국대 시절 4번타자였던 송진우의 타격솜씨를 믿은 것. LG의 철벽마무리 신윤호의 공이 너무 빨라 이 감독은 송진우에게 번트를 지시했지만 송진우는 차라리 방망이를 휘두르겠다고 했다.

초구 직구 헛스윙, 2구째 역시 직구를 휘둘렀지만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볼 카운트는 2_0. 3구를 기다리던 송진우는 그 순간 지난해초 전지훈련에서 시작한 골프의 어프로치 샷을 떠올렸다. 크게 휘두르지 말고 갖다 맞추기만 하자.

성급히 승부하리라는 예상대로 몸쪽 직구가 들어왔고 송진우가 신윤호의 144㎞의 강속구를 어프로치 샷을 하듯이 가볍게 갖다 맞췄고 공은 1루수 키를 넘어 외야로 흘렀다. 3시간 49분의 혈투 8_7 한화의 승리로 끝났다.

김성한(기아 감독), 김재박(현대 감독)이 프로 초기에 투타 모두 활약한 적은 있지만 전업 투수 출신으로 대타로만 나와 승리타점을 기록한 것은 송진우가 사상 최초였다.

지난해 초 미국 전지훈련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는 송진우의 골프 실력은 핸디15 정도. 당구(300), 바둑(9급) 실력도 수준급으로, 뛰어난 운동신경과 머리회전 덕택에 잡기에 능한 편이지만 송진우는 1년도 안된 골프실력으로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면서 뛰어난 임기응변능력 또한 보여준 셈이다.

입력시간 2002/05/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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