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체인 오브 풀스

중국 동전 3개에 인생을 걸다니…

트렉터의 2000년 작 <체인 오브 풀스 Chain of Fools>(15세, 워너)는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모자란듯한 인물들의 연쇄 소동극이다. 수많은 등장 인물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서 얽혀들게 만들려면 각본이 치밀해야 함은 물론이다. <체인…>은 그 점에서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단 창작의 이점을 잘 살렸기 때문이 아닐까.

트렉터(Traktor)는 스웨덴의 프로덕션 팀이다. 5명의 감독과 2명의 프로듀서로 이루어진 이 팀은 1990년대 초반부터 MTV에서 활동을 해왔다. 톡톡 튀는 신세대 감각으로 300여편이 넘는 C F를 내놓아 전세계 젊은이를 사로잡은 이들이 처음 도전한 장편 영화가 <체인…>이다.

<체인…>은 유명 스타나 엄청난 제작비가 영화의 재미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웅변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인물과 시점을 넘나드는 현란한 이야기 구조는 쿠엔틴 타란티노 이래 젊은 영화인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체인…>을 보면 여전히 약효가 유효함을 알 수 있다. 모든 인물을 돋보이게 만들면서 사건을 유기적으로 얽어 매려면 어지간히 머리를 싸맸겠구나 싶다.

투신을 결심한 한 사나이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착하지만 어리한 이발사 크레스크(스티브 얀)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른 아침 에브넷(제프 골드블럼)이란 손님을 맞으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에브넷은 지난 밤 도난 당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고대 중국 동전을 훔친 장본인. 그때 크레스크의 별거 중인 아내(라라 플린 보일)가 들이닥쳐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크레스크는 뜻하지 않게 에브넷의 목에 가위를 꽂게 된다.

에브넷의 시신을 없애기 위해 도움을 청한 친구 앤디의 실수 연발. 바람난 누이가 맡긴 악동 조카가 삼킨 문제의 동전. 플레이보이지에 누드를 실을 정도로 섹시한 여형사(셀마 헤이엑)의 수사. 동전을 찾기위해 혈안이 된 에브넷의 고용인 블링즈. 블링즈가 다시 고용한 젊은 킬러 마이키(엘리야 우드).

등장 인물 대부분이 아버지의 자살로 인한 마음의 상처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마지막의 낚시 사건까지 <체인…>는 세 개의 중국 동전을 둘러싼 소동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 낸다. 스텝과 캐스트 소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를 바란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낚시 사건의 마무리를 보아야 한다.

아이디어 면에서 뒤지지 않을 국내 극장 미공개 작으로 <오시모스 존스 Osmosis Jones> (전체, 워너)를 함께 권하고 싶다. 감독 바비와 피터 패럴리 형제는 <킹 핀>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통해 지저분한 상상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2001년 작인 <오시모스…>에서도 이같은 엽기 취향이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내를 잃고 지저분하게 살고있던 동물원 청소부 프랭크(빌 머레이)가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고 병에 시달리다 회복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물이다. 프랭크의 신체 내부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5/03 15:5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