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연예가 호스트바 괴담

일반적인 샐러리맨, 내가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인 샐러리맨들이란 지극히 평범하고 건실한 우리의 이웃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샐러리맨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간단하고 통상적인 방법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직장 근처의 생맥주집이나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1차 코스에서 물이 오르면 2차를 외치게 된다. 2차는 어디를 간다지? 조금 더 나은 분위기, 소주나 맥주가 아닌 양주를 마시고 싶어한다.

그래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을 찾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전문적인 예쁜 도우미들의 서비스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는 마누라나 애인들한테 발발 기던 남자들이 술 때문인지 호스티스들 앞에서는 그렇게 호기로울 수가 없다. 욕하고, 주무르고, 음담패설을 날리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린다는데…

남자들이 이러할 진데 여자라고 뭐가 다를까. 남자들이 룸살롱에 가서 술 마시는 것을 생활의 작은 즐거움으로 느끼는 것처럼 요즘은 여자들이 호스트바를 드나든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아, 그것이 가끔이기에 망정이지 자주, 일상적으로 듣는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요즘은 잠잠해졌지만 얼마전만 해도 여자 연예인들이 호스트바를 드나든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중년의 여자 탤런트들을 비롯한 몇 명의 인기 여자 연예인들이 호스트바의 단골 고객이라는 꽤 신빙성있는 얘기는 세인들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얼굴이 팔린 여자 연예인들이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찾다 보니 호스트바에까지 이르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팁도 다른 사람들보다 잘 주고, 버는 만큼 쓴다고 수백만원씩 매상도 쑥쑥 올려주니 호스트바 업주측에서는 그야말로 VIP고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는 호스트바의 개업식 때 평소 단골 관계이던 여자 연예인들이 노래를 불러주고 실컷 놀다갔다는 후문이다.

가끔 경찰들이 호스트바를 급습해서 덮치면 대부분의 남자 접대부나 여자 손님들은 얼굴을 가리거나 도주로를 확보하느라 전전긍긍하지만 몇몇 여자 손님들은 오히려 당당한 얼굴로 항의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여자라고 술 마시지 말란 법 있냐, 남자들도 룸살롱에 가지않냐' 등등인데 허긴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룸살롱을 경찰들이 덮쳤다는 소식은 못 들었다. 남자들은 룸살롱에 가고, 여자들은 호스트바에 가고…아, 세상은 참 공평한 모양이다. 호스트바 이미지가 이제는 퇴폐라던가 갈 데가 못 된다는 인식은 이미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과거처럼 호스티스들이 자신들이 받았던 수모를 그대로 되갚음하기 위해 호스트바를 찾아가 하이힐에 양주를 따라 마시게 한다거나, 테이블에 올려놓고 홀딱쇼를 하게 하고 팁을 던져준다거나 하는 것처럼 복수하듯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니는 양상은 많이 사라지고 이제는 여대생, 돈 많은 여자 사업가, 연예인, 회사원, 주부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며 성업중이다.

은밀한 쾌락과 비틀린 욕구불만의 탈출구로 호스트바를 찾는 전문적인 꾼들이 아직은 소수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다수의 여성들은 호기심으로 불안한 마음을 누른 채 조심스런 태도로 호스트바를 찾는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이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가면 정말 평범한 보통의 여성들이 호스트바의 늪으로 빠져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여자들이 성형계, 옷계, 명품계에 이어 호스트바에 가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호빠계까지 조직하는 게 아닐까. 우리들의 아내가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하면서 '얘, 촌스럽게 무슨 맥주니. 우리 호빠에 가자. 신선하고 야들야들한 애들이 새로 왔대. 물 좋은데 알어.' 라고 소곤거린다면…아, 이런 끔찍한 상상은 하지도 말자. 이제부터는 자는 아내들도 다시 한번 감시를 해야 하는 비극적 상황은 오지 말기를 바라지만…허긴, 겉만 봐서는 아무도 못 믿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A군은 순수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인기 연예인이다. 언젠가 A가 술김에 은밀히 털어놓은 얘기가 있는데.

"형, 내가 입만 열면 이 바닥 떠야 할 여자 연예인들 많아. 호스트바에 드나드는 여자 연예인들 내가 다 알잖아. 단골 리스트도 있고…아마 연예계가 발칵 뒤집힐걸."

"폭로해 봐라, 재미있겠다. "

"입이 암만 근질근질해도 절대 폭로 못해, 그럼 내가 왕년에 호스트바 인기 호스트였다는거 다 말해야 되잖아. "

입력시간 2002/05/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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